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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S Jan 27. 2022

청년 월세 지원이 청년에게 달갑지 않은 이유

청년 정책의 세심함은 청년의 목소리를 담아야

정부와 지자체가 청년에게 매달 월세 20만원을 지원해주는 사업이 있다. 서울시의 경우 2021년 기준으로 만19세~39세에 해당하는 청년에게 임차보증금 5천만원 이하 및 월세 60만원 이하 건물에 거주하는 무주택자이자, 기준중위소득 150% 이하 청년 1인 가구라는 지원대상을 설정했다. 모든 법과 정책이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이 사업에 허점이 많이 보이는 것은 근본적으로 청년을 바라보는 정책철학과 그들이 마주한 현실을 냉철히 이해해야 할 사회 전체의 책임 부재에 기인한다.


첫 번째 문제는 대상자의 선정 방식이다. 2021년 서울시는 임차보증금, 월세 및 소득 기준을 4개 구간으로 나누고 구간별 전산 무작위 추첨을 하여 22,000명을 지원 대상으로 선발했다. 예를 들어, 임차보증금 500만원 이하, 월세 40만원 이하, 소득기준 120% 이하에 해당하는 신청자 중 무작위 추첨으로 9,000명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2021년 서울시 주민등록인구 통계 상 20세~39세 인구는 약 300만 명이다. 전체 청년 인구 300만 중 22,000명을 선발하는 무작위 추첨방식은 쉽게 말하면 로또와 같다. 주택 청약도 로또라는 소리를 듣는데, 당첨이 돼도 ‘영끌’ 아니면 내 집 마련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운 대한민국에서, 남의 집에 얹혀사는 불편한 거주까지도 청년들은 복권 당첨식의 ‘운빨’에 맡겨야 하는 꼴이 되었다.


두 번째 문제는 정책이 독립하지 못한 청년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월세 지원 사업은 임차보증금과 월세를 내고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는 서울시가 규정한 임차보증금과 월세 구간(500/40, 1000/50, 2000/60, 5000/60)에 해당하는, 즉 보증금과 월세를 낼 여력이 되는 (본인이 직접 내든 가족의 도움을 빌리든) 청년들만을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보증금이 부족하거나 월세를 낼 엄두가 나지 않아 부모와 비자발적으로 동거할 수밖에 없는, 가족의 경제력에 의존해야 하는 신캥거루족이 한 번 더 서러워지는 순간이다. 월세 지원 사업이 청년 자립의 기본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정책 대상에서 소외시키는 모순을 낳고 있다. 


세 번째 문제는 월세 지원 사업의 예산 사용 방향성이다. 월세 지원은 결국 국가의 예산을 활용하여 청년을 통해 자본이 집주인에게 흘러 들어가는 것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이런 제도적 장치는 겉보기에 청년을 지원하는 것이지만, 실상 집주인의 고정 수입을 보장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청년 주거 안정이 목표라면 제도의 혜택 대상이 궁극적으로는 집주인이 아닌 청년이 되도록 하는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정책 설계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네 번째 문제는 청년 월세살이의 근본적 문제의 해결을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에서 월세로 거주하는 2030세대 10명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이들 중 다수는 정작 월세지원제도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월세살이와 월세지원 정책의 문제는 무엇인가? 그들의 답변은 두 가지로 요약되었다. 


첫째, 월세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현재 이 사업의 지원 대상기준을 따져보면, 사회초년생이 직장에서 최저임금만 받더라도 월세지원 혜택은 받기 어려워진다. 둘째, 월세 자체가 너무 올랐다는 것이다. 학교 근처나 직장에서 접근하기 좋은 위치에 1000/60 수준의 원룸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매물을 찾더라도 대체로 크기는 10평 이하의 좁은 공간으로 침대, 책상을 놓으면 사실상 편히 식탁에 앉아 밥을 먹을 수 있는 공간조차 없는 지경이다. 최근 요동치는 부동산 가격으로 인해 청년들의 미래는 원룸의 협소한 공간만큼 좁고 불투명해져버렸다. 


월세 지원 20만원은 결단코 사소하지 않다. 작년 월세 지원으로 나간 821억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이것은 청년 개개인은 물론 사회의 미래가 달린 문제이다. 그 20만원은 매달 집주인에게 지불하기 위해 빠져나가는 돈이 아니라, 미래 세대가 조화롭게 살아갈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토대로서 청년을 양육하는 자본이 되어야 한다. 그 돈은 단기 알바가 아닌 국가의 생산성을 창출하는, 그래서 미래 산업의 육성과 투자를 통하여 노동의 가치가 쇠락하는 청년들에게 노동생산성의 가치를 회복시키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일하지도 않는 자, 먹지도 말라고 가르친 기성세대는 일할 기회조차 찾기 힘든 오늘날의 청년들에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Photo by Avi Richards on Unsplash


청약에선 사실상 배제된 것이나 다름없고, 영혼까지 팔아야 겨우 집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그것도 실질적으론 금융기관 소유의)에서 현재의 청년 정책들에는 배려가 부족하다는 인상이다. 문제해결의 시작은 이 사회의 구조가 청년의 의사가 대표될 수 있는 형태가 아니라는 걸 직시하는 데서 출발하면 어떨까 싶다. 작년 12월부터 현재까지 UN과 아프리카연합(AU), 이슬람협력기구(OIC) 등 국제기구들이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청년의 의사결정 참여를 경쟁적으로 제시한 것을 보면, 전 세계는 청년의 미래에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음을 보여준다. 시민으로서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는 사회의 구성원이지만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이들의 대표성을 확대시키는 구조의 수립이 청년 정책에서 현실성 있는 제도를 만드는 시작일 것이다.


꽃 한 번 피워보지 못하고 죽어가는 전쟁에서도 청년들은 살고자 하는 의지로 싸운다. 살고자 하는 의지마저 빼앗아간다는 점에서 주거문제는 전쟁만큼 참혹하게 미래를 좀먹고 있다. 방치해둘 수 없는 문제다. 낮아져만 가는 인구증가율의 대한민국에서 미래에 청년이 사라지는 것은 전쟁 때문이 아닐 것이다. 청년의 사망 원인의 압도적 1위가 자살이라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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