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S Jan 28. 2022

소리없이 다가온 인플레이션의 강력한 숙취

숙취해소 방법이...

요약: 저금리와 유동성 술파티에서 천천히 깨어나고 있다. 그 대가는 앞으로 서비스 물가 상승과, 암울한 노동시장 전망과, 높아질 이자라는 숙취이다. 그 끝은 양극화이다. 


한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2022년 예상 인플레이션이 10%에 달한다. 미국은 지난 2021년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12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40년 간 최고치인 7%에 달했다.


인플레이션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적당한 물가 상승은 경기 개선 효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이라면 몰라도 적어도 완만한 정도의 인플레이션을 "정상적"이고, 그렇지 않으면 비정상적 문제로 보는 것은 전문가나 보통 사람이나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위기를 예측하기는 어려워도 인플레이션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왜 인플레이션이 우리에겐 갑작스러운 느낌일까? 사실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36명의 민간부문 경제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작년 인플레이션이 4%를 초과할 확률을 0.5%로 잡았지만, 실제로는 7%였으니 예측이 대실패한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에서 금리를 정하기 위한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2021년 인플레이션이 2.5%를 넘길 것이라고 예상하는 위원은 전체 18명 중 단 한 명도 없었다. 시장, IMF, 미 바이든 행정부, 심지어 많은 보수 경제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예측 오류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바로 최근 상식의 영역을 훨씬 벗어난 경제적 투입이다. GDP의 11%에 해당하는 2021년 미국 경제에 대한 2조 5000억 달러의 재정지원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이다. 우리나라도 2021년 예산이 GDP의 47.3%인 558조원이 책정됐다. 2020년 본예산은 GDP의 38%인 512조였으나 코로나19의 여파로 추경예산까지 합하면 554조까지 확대시켜 1년 만에 GDP의 10%가까이 예산을 올려 역대급 투입이 되었다. 


Photo by olieman.eth on Unsplash


인플레이션 예측을 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노동 분야에서 단면을 볼 수 있다. 경제학적으로 보통 실업률이 낮은 해에는 인플레이션이 낮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의 경우 여기서 놓친 것은 취업률이 아닌 "퇴사율"이다. 실제 채용 기회에 대한 구직자의 비율과, 퇴사율로 더 정확한 인플레이션을 측정했어야 한다는 점이다. 2021년 초 미국에서 이미 퇴사율이 높아져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 나타났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우로 보면, 실업률을 줄이고 경기부양의 효과를 위해 공공기관에서 단기로 일자리를 제공하는 식의 대규모 정책이 인플레이션 예측을 더 어렵게 하는 요인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제이슨 퍼먼에 의하면, 인플레이션을 예측하는 방법 중 하나는 재정 승수(국가가 돈을 풀어 수요를 만들어내는 것)를 명목 GDP에 적용하여, 재정 부양책이 얼마나 사용될지를 예측하고 실질 GDP를 예측하는 것이다. 이렇게 계산했을 때, 2021년 총지출이 크게 증가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생산 제약으로 인해 생산량이 그렇게 많이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되었다. 지출에 비해 생산이 적은 이 차이가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난 것이다.


대한민국으로 다시 돌아가 보면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다. 2020년부터 작년까지 재난지원금, 대출, 단기 공공 일자리 제공 등으로 막대한 자금이 유통되었다. 재난지원금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미 물가가 오르고 있다는 것을 일상에서 체감한 사람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동네 마트의 물건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마트 주인이 인위적으로 올린 경우도 있지만, 통화 자체가 증가하면서 높아진 수요가 가격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또한 영혼까지 끌어모은 가계의 빚이 대거 부동산에 흘러 들어갔다. 대출 받아 집을 사고 주식 투자하며 재난지원금으로 소고기를 사 먹은 대가를 지금 인플레이션으로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유동성 파티에 참여해서 이득을 본 사람은 여전히 전체 국민 가운데 소수일 거라는 점이다. 소수가 본 이득과 무관하게 파티가 끝나고 남겨진 것은 모두에게 적용될 높은 주택 가격을 포함한 전반적인 물가 상승이다. 막대한 지원금과 저금리 대출의 파티가 끝난 지금 우리 모두에게 냉혹하고 속 쓰린 숙취가 남아있다. 


2022년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날 현상은 높은 수요, 지속적인 공급의 제한, 급격히 상승하는 명목 임금과 물가 상승이다. 공급이 부족한데 수요만 높은 상태에서 노동 시장 역시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서비스 인플레이션(전기, 가스, 수도 등)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유가 상승이 예정되어있다. 이런 점에서 올해 미국은 3~4%의 상당한 인플레이션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 물가에서 전세 자금은 계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체감 물가는 훨씬 더 높을 것이다. 

이런 인플레이션의 끝에는 심해지는 양극화이다. 예상되는 인플레이션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알고 싶다.


이 글은 제이슨 퍼먼Jason Furman이 2022년 1월 17일 Project Syndicate에 기고한 글에서 영감을 받아 쓴 글이다. (원문 바로보기)


작가의 이전글 청년 월세 지원이 청년에게 달갑지 않은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