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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S Feb 14. 2022

스마트, 친환경 시대에 부각되는 민주적 시민정신

자동차와 스마트폰을 자주 바꿔서 생기는 예상치 못한 대가들

우리는 종종 자원이 부족한 것을 아쉬워한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라는 표현으로 모든 이야기를 만들어 낼 정도였으니. 드넓은 평원에서 나오는 식량, 많은 양이 매장된 천연자원,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 있는 지리적 요건은 거꾸로 말하면 분쟁으로 인한 고통이 따르는 곳이 된다. 지금 한참 분쟁지역으로 떠오르는 우크라이나도 세계 최고의 곡창지대이자 최고 수준의 석탄 매장량에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교통의 요지이지만 그만큼 끊이지 않는 갈등으로 인해 일상이 위협받고 가난으로 저주받은 땅이라 불린다.


개인적으로 국제관계학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인간의 욕심을 합리화하고 이익을 당연한 현실로 받아들이는 학문적 대세에 나는 투쟁하고 있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에서 국가는 국제사회를 움직이는 주체로, 이성적이며 이익에 의해 모든 것이 판단되기 때문에 전쟁도 국가의 이익 추구라고 말한다. (물론 이런 현실주의도 깊게 들어가면 다양하지만, 학문적 논쟁을 위해 꺼낸 말은 아니다) 폭력과 피의 희생으로 착취와 인간성 상실을 정당화하는 세상에 대한 변화의 목소리가 대중들에게서 나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 그것은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 자동차의 일상도구가 어떻게 가격이 형성되고 완제품이 되는지에 대한 부분적 설명이었다.


Photo by Mika Baumeister on Unsplash


분쟁으로 얼룩진 아프리카 중에서도 최악의 수준을 달리는 나라를 꼽는다면 콩고민주공화국이다. 이름마저 꽤나 생소한 이 나라는 벨기에의 식민지였다. 몇년 전 BBC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리고 2018년에서야 국내 언론에서 기획기사로 조명되기 전에는 이 나라의 비극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벨기에의 식민통치 기간 동안 대량학살로 1천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2차 대전 시기 5백만 명의 유대인이 죽은 숫자보다 두 배에 달함에도 이 조용한 대량학살은 너무 오랫동안 침묵을 강요당했다.


사람을 죽이는 이유는 너무나 단순했다. 유럽의 교회 오르간 건반 만드는 데 필요했던 상아(아이보리)나 타이어를 만드는 데 필요했던 야생 고무에 대한 수확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손을 잘라버렸다. 그리고 벨기에인이 한 손으로는 잘린 팔을 붙잡고, 다른 손으로는 잘린 손을 잡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https://libcom.org/history/short-history-colonialism-congo-1885-1997



독립국가가 되어서도 이 나라의 운명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다른 아프리카나 남미 국가들의 경우에도 종종 발견되지만, 식민지였던 국가가 독립해도 경제관계가 그대로 이전 지배국가에 종속, 의존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서구식 생활 방식을 유지하기 위한 자원의 값싼 공급이 이루어지려면 아프리카의 저가 노동과 자원 채굴을 담보해야하는 것이다. 여기에 자원에 대한 이권 다툼으로 종족, 종교 기반의 여러 무장세력들이 형성되고, 국가가 통제를 상실하면 그야말로 살아있는 지옥이 되는 것이다.


콩고민주공화국은 바로 이런 현실의 전형적이고 가장 극단적인 사례이다. 휴대전화와 컴퓨터 생산에 필요한 전략 광물 확보를 위해 주변국인 르완다와 우간다의 침공, 국내 무장세력 간의 내전 등으로 독립 이후에도 8백만 명 이상이 학살당했다. 사람들은 생매장을 당해서 죽고, 총을 맞아 죽고, 칼에 베여 죽고, 그 시체들은 강이나 변소에 버려진다.


분쟁의 피해자는 보호가 필요한 여성과 아이들이다. 2012년 한 보고서에 의하면 "매일" 1,100명 이상의 여성들이 강간당했다. 남자 아이들은 거리에서 납치를 당하고, 연필이 아닌 총이 쥐어지며 사람을 죽이는 교육부터 받는다.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콩고민주공화국의 한 사회활동가 분에 의해 들은 이야기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무장세력이 침입하여 여성들을 끌고 가 그들이 보는 앞에서 남편들을 총으로 살해하고 시체를 먹게하고 화장실에 시체를 갖다 버린다는 것이다. 질서가 무너진 사회에서 인간성이 완전히 바닥난 현실이 무엇인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자동차에 대한 생산 증대로 핵심 자원 중 콜탄으로 인한 민주콩고 분쟁이 더욱 장기화된다는 주장도 있다. 전 세계가 친환경의 목소리를 내며 전기차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코발트도 대표적인 민주콩고의 독보적 자원이다. 세계 1위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민주콩고인 만큼 자원으로 인한 전쟁에서 사망, 폭력, 강간, 강제 착취노동 등 인권은 처절한 밑바닥이다. 


이런 피의 자원으로 우리 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에 보급되는 전기차로의 전환을 위해 수많은 희생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량의 노동자들의 해고와 산업전환으로 인한 실직이 예측되고 있다. 전기차 인프라 구축은 누가 어디서 어떻게 책임지며, 사용한계가 끝난 배터리에 대한 폐기 처리에 관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구체적이지 않다. 또한 전기차를 구매한 사람들은 일상에서 충전 장소를 찾느라 분투하고 있다.


친환경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 희귀자원에 대한 채굴, 유통, 사용, 폐기에 대한 규정에 대한 합의도 미비하지만, 이 과정에서 희생되어야 하는 지구촌의 다른 한 곳에서 말살되는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에 대한 가치는 어떻게 매겨져야 할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자원을 생산하여 전 세계에 스마트폰 보급에 기여하는 민주콩고이지만 그 국민은 발전하는 기술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통신 기반은 매우 열악하여 자주 통신망이 끊긴다. 내가 만났던 사회활동가의 휴대폰은 초저가형의 오래된 중고 스마트폰이었다. 


그 사회활동가에게 물어봤을 때, 평화와 안정의 기반은 바로 법과 질서였다. 공공 정책의 집행과 제도의 이행으로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개인의 생명과 자유를 보장케하는 국가의 역할이 바로 서야한다는 것이었다. 민주콩고의 분쟁, 재작년 태국의 민중시위, 작년 미얀마의 쿠데타와 민중시위 등에서 터져나온 목소리는 스마트폰 혁명과 5G, 4차 산업혁명, 메타버스 등의 키워드로 등장한 초연결의 시대에 지구촌 곳곳에서 보내는 관심과 지지였다. 이런 곳의 사람들과 대화해보면, 권위주의로 물들고 있는 세계에서 폭력을 쓰지 않고도 민주주의를 이루어 내고,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문화의 소프트 파워를 보여주고 있는 대한민국에 대한 세계인들의 부러움이 묻어나올 때가 있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최첨단을 달리는 빠른 속도의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누군가를 소외시키거나 고통에 빠뜨리지 않고도 스마트, 친환경의 세상을 만들어 갈 관심과 시선을 조심스럽게 제안해본다. 우리가 기술을 선한 목적으로 활용하고, 자원의 생산, 유통, 활용과 재활용의 모든 과정에 대한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가 이루어지도록 세계시민으로서, 감시자로서, 나아가 정책 제안자로서 참여할 수 있다면 조금 더 나은 세상으로의 변화가 앞당겨질 것이다. 그 자그마한 시작은 아마도 자원에 대한 조금은 다른 시선과 활용부터이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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