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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S Feb 04. 2022

냉전 2라운드? 미중 대립의 격전지가 된 동남아시아

동남아시아와 미중관계, 그리고 한반도

냉전 종식 후, 1990년대 동안 미국의 독주가 이어졌다. (국제정치학에서는 이것을 단극체제 unipolar system라고 한다.) 이후 2000년대 중국의 급속한 성장으로 소위 중국위협론이 등장했고, 그것은 2010년대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pivot to Asia) 정책과 남중국해 분쟁으로 시작하여 트럼프 행정부의 미중 무역전쟁으로 나타나 미중 대립의 국제관계가 확실해졌다.


한반도가 미중 대립의 영향을 그대로 받고 있듯이, 지구의 다른 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서구의 정치, 경제적 규범을 수용한 부작용과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권위주의의 등장, 국가주도의 경제 모델 수용은 미국과 중국이라는 양강 대립의 현상이 동남아시아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으며, 이것이 새로운 냉전이라는 주장이 등장했다. 


서구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도입의 역사가 짧거나 부침을 심하게 겪은 나라들 가운데에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특히 권위주의 체제를 수용하기 시작하기도 했다. 한반도 역시 미중대립의 한 격전지로 다른 지역들과 어떤 유사점과 차이점이 있는가? 동남아시아 혹은 세계의 여러 나라들과 같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환멸로 대한민국도 포퓰리즘 혹은 권위주의 정권을 수용할 것인가? 


아래는 띠티난 퐁수디락(THITINAN PONGSUDHIRAK) 태국 쭐라롱꼰 대학 정치학과 교수의 기고글의 핵심을 번역한 것이다. 그가 설명한 미중대립의 격전지로서 동남아시아에 관한 분석은 여러 시사점을 제시할 것이다.


"동남아시아만큼 냉전 기간 동안 많은 비용을 지불한 곳도 없을 것이다. 미국과 소련 사이의 초강대국 갈등으로 이 지역이 친공산, 반공산 진영으로 나뉘었고 40년 동안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에서 다섯 차례의 전쟁이 일어났다. 오늘날 미중경쟁은 냉전과 유사한 구조적 특성을 가진 이른바 '신냉전'을 부채질하고 있다. 


사실, 미중 양강의 대결은 미완의 이념 투쟁의 연속이며, 이번에는 미국 주도의 서구 기반 동맹 체제가 중국 주도의 의존국 글로벌 네트워크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소련은 냉전에서 패배했지만 중국이 (영화의 속편처럼) 경쟁자로 등장했다. 그리고 동남아시아는 또 다시 냉전이라는 영화의 출연지가 될 것이다. 


냉전 종식 후 약 20년 동안 미국은 세계 질서를 재편하고 자유 시장과 민주화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단극"의 순간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 자본주의는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내부에서 약화되어 권위주의 국가주도 경제개발의 대안 모델에 대한 도전이 커졌다. 


Photo by Ferdinand Stöhr on Unsplash


자유와 번영에 대한 서방의 약속은 가속화되는 부와 권력의 집중, 심화되는 사회 분열, 겉보기에 다루기 힘든 정치적 양극화로 인해 점점 더 신뢰를 잃게 되었다. 유권자들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제공할 수 있는 것, 즉 폭주하는 세계화와 급속한 기술 변화에 대하여 더욱 회의감과 환멸감을 느끼게 되었다.


동남아시아는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받았다. 태국, 필리핀 및 기타 지역의 많은 사람들은 소득과 생활 수준이 떨어지는 것에 분개하여 포퓰리즘적, 권위주의적 대안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민주주의 세계의 포퓰리즘 지도자들은 언론과 전통적인 정치계급과 같은 기존의 권력 중심을 우회하여 유권자와 직접 연결되었다. 아시아의 많은 포퓰리스트들은 일단 선출되면 그들을 억제할 수 있는 효과적인 법률이 거의 없었다.


서구 민주주의와 자유 시장 자본주의의 문제를 지적하며 부상하는 중국의 모델은 공산당의 전체주의 노선에 따라 중앙집중화된 정치적 통제를 행사하면서 국가의 경제개발 및 관리가 시장에 일관성을 유지시킨다. 따라서 중국은 전례없는 방식으로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 자본주의라는 서구 모델에 도전하고 좌절시킨다.


정치적 전체주의와 시장 일관적 자본주의 사이의 근본적 모순은 중국을 강하게, 또 동시에 약하게 한다. 중국 외에는 국민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는 성공적인 시장 경제를 운영하면서 동시에 중앙집중식 통제를 실시하고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억압하는 방식으로 성취를 이루어낸 다른 어떤 현대 국가도 존재하지 않았다.


Photo by Ling Tang on Unsplash


일본, 한국, 대만이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국가주도 자본주의를 개척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중국이 자본주의 경제를 이끌어 왔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이 세 국가들은 미국의 강력한 동맹이자 공고화 된 서구식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파트너라는 점이다. 중국은 미국의 동맹국도, 민주주의 국가도 아니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소련은 인도차이나 전쟁과 같은 대리전에서 미국과 맞붙었지만, 서구의 역동적인 자본주의 경제 발전을 따라가지 못해서 결국 냉전에서 패했다. 중국은 전례 없는 무기 증강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군사적 측면에서 미국을 직접적으로 대립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30년 전 미국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자신의 선호도에 따라 글로벌 시스템을 재편하려 하고 있다. 그 결과로 새로운 동구와 옛 서구 간의 대결은 타협과 조정의 과정을 통해 가장 잘 해결될 것이며, 이에 따라 중국이 세계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에 걸맞는 더 큰 국제적 역할과 명성을 얻게 될 것이다. 이것이 거부될 경우, 중국은 독선적이며 호전적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수용의 기준이 유동적이라 신냉전은 계속될 것이다."


기고글 원문 "Southeast Asia's New-Old Cold War"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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