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 노화가 두려운 어른의 불면 일지
요즘 잠자리에 들어도
깊이 잠들지 못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제때 못 자면 고속 노화가 온다던데,
어릴 때나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에
빨리 늙고 싶었지, 어른이 된 지금 누가 빨리 늙길 바라겠는가.
잠자리에 누워 편안한 자세를 취하려
이리저리 몸을 뒤척여보다가,
끝내 잠이 오지 않아
최후의 수단으로 이어플러그를 착용한다.
하지만 귓속에서 들리는 심장 박동 소리가
시계 초침처럼 째깍거리는 통에,
그 박자를 맞추느라 되레 잠이 달아나
결국 이어플러그 작전도 실패로 돌아간다.
한숨을 푹 내쉬며 털썩 눕는다.
이럴 때면 기계처럼 부위별로
기능을 하나씩 끄는 게 가능한 상상을 하곤 한다.
먼저 눈의 기능을 제어하고 귀까지 끈 뒤,
가장 편한 자세로 깊게 잠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침 알람은 들어야 하니 귀는 켜두어야 하겠지만,
예약 기능까지 있다면 귀의 기능도 꺼두면 참 좋겠다.
말도 안 되지만 실현됐으면 하는 상상을 하다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 3시가 넘었다.
이런, 오늘도 잠은 다 잤네.
꼭 이렇게 시간에 쫓겨야 뒤늦게 잠이 찾아온다.
누구보다 빨리 새벽을 맞이하고,
다시 아침을 견디기 위해 꾸역꾸역 잠을 청한다.
해가 뜨기 전에는 얼른 자야 하는데 곤란하다.
스스로 고속 노화를 체감하며
오늘 저녁엔 꼭 '저속 노화' 하리라 다짐해 본다.
다시 시간을 보고 화들짝 놀라,
쫓기듯 잠을 애원하며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