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갈색 추억

당신이 간직했던 가슴속 깊은 추억

by 지정


초등학생 때였나.

엄마와 엄마 친구,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 노래방에 간 적이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엄마가 노래하는 목소리를 제대로 들었다.


엄마 선곡은 한혜진의 <갈색추억>.

당시의 나는 너무 어려 가사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도 못했는데, 이상하게 그 노래를 듣는 내내 가슴 한구석이 뻐근했다.


‘외로운 찻잔에 싸늘한 찻잔에, 희미한 갈색추억‘

이라며 읊조리는 가사가 엄마의 목소리를 타고 흐를때, 초등학생이 무얼 안다고 그랬을까.

마이크를 쥔 엄마의 진지한 얼굴이나

미세하게 떨리던 숨소리,

그 속에 담긴 이름 모를 애절함이

어린 내마음을 툭 건드렸던 모양이다.


어른이 되어 다시 들여다본 가사는

지나간 사랑을 그리워하는, 생각보다 훨씬 쓸쓸한 곡이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에게도 내가 모르는 ‘갈색 추억‘이 있었을 거라고.

나라는 존재가 생기기도 전, 누군가를 지독히 그리워하던

첫사랑의 기억이나 결혼 전 뜨거웠던 어느 시절의 이야기가

저 노래 마디마디에 숨어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어린 딸에게는 그저 세상의 전부였던 ‘엄마‘라는 이름 뒤에,

한때는 누군가의 연인이었고 뜨거운 가슴을 나누던

젊은 시절의 한 여자가 있었다.

엄마는 그 노래를 부르며 어떤 시절로 돌아가 있었을까.

어떤 마음으로 불렀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내 마음을 그토록 울렸던 걸까.


눈을 감으면 아직도 그때의 장면이 선하다.

엄마는 아마 내가 뒤에서 몰래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는 걸 몰랐을 거다.

지금도 우연히 그 노래를 듣게 되면,

그때 떨리는 엄마의 목소리가 기억나

여전히 가슴 한구석이 아릿해지며 눈시울이 붉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