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나라는 바다에서 표류 중인 중간의 인간

눈치만 빠른 어중이떠중이

by 지정


난 어릴 때부터 눈치가 빨랐다.

남아선호사상이 강했던 할머니의 눈초리도 신경 쓰였을 테고,

깔끔하고 예민한 부모님의 영향도 컸을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어느새 눈치 빠른 어른이 되어 있었다.

덕분에 위험한 순간은 재빨리 알아채고,

아니다 싶으면 포기도 빠른 편이다.


어떤 일이든 중간은 해내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잘 해내는 일도 없다.

어딘가 어중간한 사람이 되어버린 나에게

'뭐든 적당히 해낸다'는 말은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문장일지도 모르겠다.


한마디로 용두사미.

차라리 뭘 해도 부족하거나 서툴렀다면

악으로 깡으로 끝까지 해내보려 용이라도 썼을 텐데,

적당히 중간은 하는 바람에 이도 저도 아닌 '중간의 인간'이 되어버렸다.


삶에 정해진 정답은 없다지만,

몇 번째 환생일지 모를 이번 생에서 나는 결국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그 의문이 항상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여전히 나라는 바다에서 표류 중인 지금,

언제 어디에 안전하게 정박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유유히 이 기나긴 항해를 즐기다 보면

그 끝에서 완전한 나를 마주하겠지.

삶은 언제나 그렇듯, 내 예견대로 흐르지 않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