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케이크 - 맛칼럼 (25)
일요일 아침, 성당에서 신부님이 강론 중 우리 몸의 기관 중에 끝없이 말하는 게 뭘까요? 하고 하셨다.
나는 속으로 배꼽 시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신부님이 ‘심장‘ 이라고 하셨다. 끝없이 뛰면서 우리를 살아 있게 하는 심장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내 심장은 맛있는 음식을 향해 두근거리나니… 배꼽 시계를 떠올린 스스로가 웃겼다.
미사가 끝나고 성당 앞 카페에 가서 당근 라페 핫도그를 시켰다. 어제 저녁엔 보리밥에 당근을 올려서 당근밥을 먹었는데 두 끼 연속 당근을 먹는 셈. 톡쏘는 겨자와 당근이 잘 어우러진 당근 라페에 머스타드 소스까지. 바게트 같은 빵이라 반미 같기도 하고 아주 맛있었다.
어제 저녁밥은 영화 주토피아에서 주디가 당근밥 먹는 씬이 있는데 딱 그 비주얼이었다. 공유했더니 친구들이랑 부모님한테 토끼 같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제일 웃긴 건 위 사진 속 친구 반응이었다. 간장과 마늘을 곁들여 먹은데다 당근도 실해서 나름 맛있었다. 후식으로 망고도 먹었다.
그나저나 망고 자르는 (내 기준) 완벽한 방법을 알아냈다. 씨는 자르지 않고 반으로 칼집을 내 키위 먹듯 양쪽을 파 먹고 씨에 붙은 과육은 입으로 먹으면 완벽하게 먹을 수 있다. 다른 분들은 정석적으로 네모난 모양으로 자르지만 씨가 있는데 망고를 어떻게 깍둑썰기 하는 건지… 난 모르겠다.
점심으로는 당근 케이크가 당겨서 당근 케이크를 커피에 곁들여 먹었다. 고등학교 2학년 어느날 야자 마치고 밤에 친구랑 카페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랑 당근 케이크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던 기억이 나서…
근데 이번 당근 케이크에는 파인애플 과육이 들어있었는데 좀 안 어울렸다. 당근, 건포도, 호두 조각, 크림까지는 괜찮은데 파인애플 과육이 자꾸 나와서 눈과 입을 의심… 솔직히 파인애플까지는 과하게 넣은 것 같다.
결론적으로 세 끼 연속 당근을 먹었다. 먹고 싶은 걸 먹는 일은 내게 무척 중요하다. 심장이 먹을 것에 두근거리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