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처럼 환승정류장에서 내려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는 정확히 제시간에 왔고 차에 올라타서 편안히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자야지.'
전날의 연장근무는 오늘의 피곤함을 부른다.
차 타고 가는 동안 짧은 휴식이 필요했다.
스르륵 잠이 들려는 순간,
안내방송에서 들리는 정류장명이 뭔가 이상하다.
싸한 느낌에 눈을 뜨고 창밖을 내다봤다.
평소와는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헉! 뭐야? 버스 잘못 탄 거야?'
바로 하차벨을 눌렀다.
생각도 안 해본 상황에 잠시 머리가 멈춘 듯했다.
'일단 내리자!'
다행히 멀리 온 것은 아니었다.
잠들지 않았던 것에 감사하며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뛰어갔다.
제일 먼저 오는 버스부터 확인했다. 방금 내렸던 버스와 같은 노선의 버스가 곧 도착한단다.
'휴, 다행이다.'
이제 버스가 빨리 가 주기만 하면 된다.
웬걸? 올 때는 잘만 달리던 길을 갈 때는 신호등마다 걸린다. 무슨 마법 같다.
'다음 버스 탈 수 있을까? 탈 수 있겠지? 늦으면 어쩌지? 전화를 지금 드려야 하나?'
마음이 조급해지니 머리가 복잡해진다.
스멀스멀 탓하는 목소리가 떠 오르려고 한다.
'괜찮아. 기다려 봐. 아직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 내 안에 있는 내 편이 다정하게 속삭인다.
진정이 된다.
거북이걸음처럼 느껴지던 버스가 마침내 내가 내릴 정류장에 도착했다. 좁은 2차선 도로라서 건너편 정류장의 전광판이 보인다. 타야 할 버스가 곧 도착이란다. 횡단보도는 여전히 빨간불이고 차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지나간다.
'탈 수 있을까?'
신호등의 신호는 보통 3분이다. 전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이쪽 정류장에 곧 도착이라고 표시가 되는 거라면 전정류장 바로 앞 신호등의 신호가 바뀌어서 이쪽으로 온다고 해도 내가 횡단보도를 건넌 후일 가능성이 높다.
'좋아! 가능하겠어.'
버스가 도착했고 그 순간 신호가 바뀌었다. 나는 횡단보도를 건넜고 버스는 멈춰있어야 했다.
편안한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다.
'환승성공!'
원래 타야 할 시간보다 15분이 늦어졌다.
출근 시간에 맞추는 것이 가능할 거 같다.
'휴, 다행이다.'
등받이에 편히 기대고 있자니 핀잔주는 목소리가 떠오른다.
'어떻게 2를 7로 착각할 수가 있지?'
'잠이 덜 깼나?'
어이없음과 동시에 허당 같은 내 모습이 웃겼다.
'별 일이 다 생기네.'
소소한 이야깃거리가 될 것이다.
내가 허술한 구석이 있음이 드러났으니 남이 허술한 모습을 보일 때 '그럴 수 있지.' 하고 좀 더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빨리 알아차리고 적절히 대응했으니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고 결과는 그대로 따르면 될 것이다.
버스가 생각보다 늦는 다면 중간에 내려서 택시를 타면 된다. 생각이 정리되니 편안하다.
'그래, 그럼 되지.'
와, 그런데 버스가 아주 쌩쌩 달린다.
시간대가 잘 맞은 것인지 50분 걸리던 것이 40분 만에 도착했다.
출근시간까지 15분이나 남았다!
'뭐지? 아까 조바심 낼 때는 신호마다 서서 늦더니 맘 편히 먹으니까 이렇게 빠르게 도착하네?'
행운이 함께 했나 보다. 감사한 일이다.
일터에 도착하니 동료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지각할 뻔했던 이야기를 풀어내니 놀라기도 하고 웃어주기도 한다.
'그래, 이렇게 웃으면 되지.'
오늘 하루도 평안하게 흘러갈 거 같다.
우리 모두에게 일상의 행운이 함께 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