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비가 그렇게도 오더니 오늘은 청량한 공기와 함께 구름 사이로 환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습니다. 기분도 덩달아 맑아지네요. 마실 물을 챙기고 점심으로 먹을 간단한 먹거리도 준비합니다. 늘 그렇듯 빠듯하게 할 일을 모두 끝내고 버스에 올랐습니다.
조각조각 보이는 하늘이 무척이나 깨끗합니다. 저 멀리 보이는 산꼭대기는 구름에 포근히 감싸져 있네요. 그 앞의 봉우리는 햇빛을 받아 선명한 초록빛을 자랑합니다.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하얗게 둥실둥실 떠있는 구름들과 거뭇거뭇하게 내려앉은 구름이 나란히 보입니다. 구름들끼리 수다방이라도 연 것일까요?
눈을 내려 창밖을 보니 작은 돌탑도 보입니다. 돌탑을 쌓을 장소가 아닌듯한 곳에서 보니 새롭기도 하고 누가 무슨 소망을 담아서 저렇게 쌓아 올렸을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작은 공장입구이니 공장이 잘 되라고 빌었던 것일까요? 어쩌면 이곳에 계속 다닐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옆으로 잘 다듬어진 향나무가 동글동글 자리 잡고 있고 크게 자란 철쭉나무에서 붉은 꽃들이 듬성듬성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늦잠이라도 잤는지 느지막이 피었네요. 늦게 피어 꽃송이가 더 크고 화려해 보이는 건 착각일까요? 존재감이 두드러지니 늦게 피는 것에도 이점이 있나 봅니다.
조금 더 가니 작은 개울가에 울타리 삼아 심어놓은 포도나무가 보입니다. 농사를 지을 목적은 아니겠고 일하는 식구들 나눠 먹으려고 심은 것일까 생각해 봅니다. 그렇다면 좋겠습니다.
다리를 건너고 있습니다. 저 멀리 돌틈으로 개울을 따라 시냇물이 뽀얗게 부서지며 흐르고 있습니다. 졸졸졸 경쾌한 소리가 옆에서 들리는 것 같네요.
산비탈에는 아카시아 꽃들이 주렁주렁합니다. 간간히 보라색 라일락도 보입니다. 창문을 열면 향기로 샤워를 하겠지요? 아직은 찬바람이 들어올지라 눈으로만 구경해 봅니다. 얼마 전까지 이팝나무 꽃송이가 초록잎 위에 소담스레 올라와 있었는데 이제는 아카시아 꽃이 초록잎들 아래에 옹기종기 매달려 있네요.
올해처럼 꽃구경을 많이 했던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산수유, 매화, 개나리, 목련, 박태기, 조팝, 철쭉, 이팝, 아카시아, 라일락, 등나무, 민들레, 봄까치꽃, 개망초, 제비꽃, 꽃다지 등등 많은 꽃들이 하나가 지면 금세 다른 하나가 또 핍니다. 색색의 꽃들이 릴레이 경주하듯 피어나니 창밖풍경은 심심할 틈이 없습니다. 보고 있자니 절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눈을 뜨고만 있어도 이렇게 예쁜 풍경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요. 이제 좀 있으면 목백일홍과 자귀나무 꽃도 볼 수 있겠지요. 길가와 산들이 나의 정원이 된 것 같습니다.
오늘은 어떤 분들을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 제가 느끼고 있는 이 평화로움과 충만함이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위로와 평안 속에서 모두 회복되시기를 바라니까요.
이제 아침 여행을 마무리해야겠습니다. 일하러 가야지요. 넉넉한 마음을 전해준 자연에게 고마움을 전해봅니다. 덕분에 제 마음도 한 뼘 더 넉넉해졌습니다.
오늘 하루 넉넉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지내보는 것 마음에 드시나요? 그렇다면 함께 해보셨으면 합니다.
일상이 포근하게 다가올 거예요. 여러분의 반짝이는 시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