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 자리

by 한가람

버스에 타면 늘 찾아가는 자리가 있다. 다른 자리보다 바닥이 높게 되어 있어서 다리를 올려두고 편하게 있을 수 있는 이 자리가 나는 좋다.

바퀴 때문에 만들어진 불룩한 자리는 누군가의 고민이 들어가 있다. 의자의 배치에 따라 어떤 버스는 바퀴가 시작되는 지점(바퀴가 있는 바로 앞자리)의 자리에 높이 8~10cm 정도 되어 보이는 발 받침대가 있다. 어떤 버스는 아예 바퀴가 있는 부분을 넓게 잡아서 좌석 사이 간격이 넓고 평평해서 다리를 쭉 뻗고 앉아 있을 수 있게 되어 있기도 하다. 평평한 바닥의 통일성이 흐트러지는 바퀴가 있는 자리가 설계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나 보다.


아무튼 이 자리에 앉아서 다리를 세우고 가방을 무릎에 올려두고 그 위에 폰을 올리면 거실바닥에 편하게 앉은 자세가 된다. 가방은 독서대를 대신하고 폰과 나의 눈과의 거리도 적당해진다.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을 읽고 글을 쓰기도 한다. 작은 버스의 좌석이 나의 서재로 변한다.


이 자리가 마음에 드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창문의 위치다. 창문의 손잡이가 앞뒤로 같이 있는 자리라 답답함이 느껴질 때면 언제든 열고 신선한 공기를 쐴 수 있다. 공기가 탁해지는 것을 금방 느끼는 내게 언제든 신선한 공기를 쐴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건 의미가 있다.

가끔 뒤에서 바람이 많이 들어온다고 닫아줄 수 있는지 물어오실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5mm 정도만 문을 열어둔다. 뒷자리 승객에게 별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나는 신선한 공기를 쐴 수 있는 타협점이다.


이 자리가 괜찮은 점을 하나 더 말하자면 적당히 뒤쪽이라는 점이다. 보통 출입문 근처에 사람이 몰리는 편이어서 버스를 타면 늘 뒤쪽으로 가는 게 습관이 되어 있다. 좌석버스를 탈 때도 이런 습관에 따라 뒤로 간다. 가끔 맨 뒤의 좌석만 남아있을 때도 있는데 여기에 앉으려면 약간의 각오가 필요하다.


배차시간을 맞추거나 배차간격을 맞추기 위해 기사님이 속도를 올리는 순간 맨 뒷좌석은 롤러코스트에 앉은 것과 다름없다.

버스가 조금 오래되었다면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아래위로 튀어 오르고 양옆으로 흔들리고 가끔은 이러다 의자에서 튕겨나가는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바퀴가 있는 자리는 출입문에서도 적당히 떨어져 있고 뒷자리와도 적당히 떨어져 있어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피하고 놀이기구를 타는듯한 승차감을 피해 비교적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자리다.


어느 공간에서든 편하게 여기는 자리가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한번 물어보자. 그 자리가 왜 편한지 말이다.

이유를 하나씩 찾아내다 보면 '아하!'하고 무릎을 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우리는 꽤 많은 일을 자동화시켜서 해내고 있다.

(아시다시피 우리의 뇌는 효율을 극도로 추구한다.) 에너지를 절약하고 일의 효율적으로 처리하는데 무척 유용한 기능이지만 그 때문에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한 지나갈 때가 많다. 문득 돌아보면 '뭘 했더라? 어떻게 했지? 뭔가 하기는 한 거 같은데....'라는 느낌이 들곤 한다.


가끔은 바쁨을 잠시 내려두고 자기에게로 시선을 돌려보면 어떨까? 보물찾기 하듯 말이다.


'아, 이런 때는 이런 마음이 드는구나.',

'이런 감정이 들 때는 이런 것을 원하고 있었구나.',

'아, 나는 이런 것을 좋아했구나.'


이런 마음들을 알게 된다면 나의 하루하루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 궁금하지 않은가?


우리는 내가 나를 다 안다고 생각하고 살아간다.

상담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탐색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우리는 우리에 대해, 그리고 의미 있는 타인에 대해 대충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 안다고 착각하며 살아간다.


관계의 문제(나와 나, 나와 타자 모두)는 이 어긋남에서 꼬여 들어가기 쉽다.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대다수가 동의하는 부분일 것이다. 나를 잘 모르고 타인은 더 잘 모른다면 길을 찾기가 너무 어렵지 않겠는가?

나를 아는 것에서 시작해 보자.

조금 더 수월하게 알 수 있는 것이 선호다.

무엇을, 어떤 상황을, 어떤 가치를 선호하는지 자신의 반응을 관찰해 보자. 그리고 '왜?'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답을 알아갈수록 자기 이해가 깊어질 것이고 내가 나라는 느낌도 견고해질 것이다. 나와 나 사이가 좋아진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나와 나 사이가 좋아지면 타인과의 사이에도 많은 변화가 올 것이다.


여러분들이 모르고 있던 자신의 모습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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