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시 이용하는 좌석버스는 원칙적으로 입석금지이다
하지만 시내에서는 입석이 허용된다.
사람들이 몰리는 퇴근시간 눈앞에 버스가 왔는데 사람들을 태우지 않는다? 그야말로 난리가 날터이다.
문제는 시.내.에.서.만. 입석이 허용되기에 시 권역을 벗어나는 정류장까지 자리가 나지 않으면 거기서 내려야 한다는 점이다.
두 개의 노선중 한 노선의 기사님들은 매 정류장마다 버스를 세우시고 "자리 없어요"를 외치신다. 다른 노선의 기사님들은 대체로 승객을 태우시는 편이다. 그리고는 "좌석이 안 나면 터널 앞에서는 내리셔야 합니다."라고 안내하신다.
며칠 전 그 노선에서의 일이다.
좌석이 없는데 사람들을 계속 태우셨고 좌석이 없으면 내려야 한다는 안내를 하지 않으셨다. 약간 의아하긴 했으나 이 노선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사실을 알고 있으니 그런가 보다 하고 있었다.
그런데 터널이 가까워지자 그때 "좌석이 안 나면 내리셔야 합니다."라고 안내를 하셨다. 서서 가시던 분들이 뭐라고 항의를 하시는 듯했고 기사님은 "저한테 그러시면 안 되지요."라고 하셨다. 서서 가시던 몇몇 승객분들이 불쾌한 표정으로 결국 터널 앞에서 내리셨다.
일전에 한번 언급했듯 몇 해전 터널 안에서 사고가 발생한 이후 모든 좌석버스가 입석 금지가 되었다. 안전을 위한 조치다 보니 그럴 수 있겠다 싶으면서도 뭔가 이 방법밖에 없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날 버스에 타기 전부터 통화하고 있다가 버스에서도 계속 통화를 하던 분이 있었는데 조금 격앙된 목소리 탓에 통화내용이 들려왔다. 버스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버스회사에 민원을 넣고 있었다. 배차시간이 왜 이렇게 안 맞는 거냐고 시간표대로 운행하는 거 맞냐고 물으셨고 상대 쪽에서 도로가 막혀서 그런 거라고 답변을 한 것 같았다. 그럼에도 쉬이 용납이 되지 않았는지 한참을 더 통화하셨다.
운행시간에 대해 답답해할 만도 한 것이 15분 간격으로 배차가 되는데 퇴근시간에는 그야말로 차가 막히는지라 대기시간이 20분이 넘어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10분 간격으로 오기도 한다. 피크시간이 지나면 배차간격이 늘어나니 타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도대체 버스가 언제 오는 건지 의문스러울 수 있겠다 싶다.
어제는 시외버스 정류장옆에 있는 정류장(여기는 늘 사람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고 퇴근시간에는 버스를 3~4대는 보내야 탈 수 있다.)에서 좌석이 두어 개 남아있었고 딱 그만큼 승객을 태웠는데 나머지 분들이 항의를 하셨다. 기사님은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으나 서서기다리던 분들의 화는 쉬이 풀리지 않았다. 줄 서는 위치가 달랐던 것인지 먼저 올라탄 사람들이 자신들보다 뒤에 왔다는 거였다. 기사님은 "죄송합니다"라고 사과를 하신 뒤 차를 출발시키셨다.
승객도 답답하고 불편하고 기사도 답답하고 불편하고 이 상황이 매번 되풀이되고 있는데 정말 해결책이 없는 걸까? 배차간격을 좁히고 차량을 배치하기 어렵다면 터널을 통과용으로 단거리 운행만 하는 미니버스를 배치할 수는 없는 걸까? 시민들의 안전을 이유로 입석을 금지시켰는데 한 겨울에 한 시간 가까이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 또한 시민들의 안전과는 거리가 먼 일일터이다.
매번 불편을 겪는 시민들과 버스기사끼리 논쟁은 의미가 없다. 해결의 열쇠는 다른 곳에 있으니까.
우리의 일상에 이런 경우가 얼마나 많을까.
해결할 권한이 없는 사람들끼리의 다툼말이다. 항의는 권한이 있는 이에게 해야 의미가 있다. 비록 그 과정이 성가시고 불편하다고 해도 말이다. 한두 번 한다고 바뀌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시정을 요구하면 고려하게 되고 누군가는 그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게 되지 않겠는가.
시민사회란 그런 것이 아닐까? 당장 눈앞에 있는 이에게 불만을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전체 상황을 보고 개선점을 찾고 대안을 제시하고 계속해서 요청하는 것 말이다. 권한이 없는 이들끼리 논쟁은 의미가 없다.
문제의 핵심은 다른 곳에 있고 그것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도 따로 있으니까.
정말로 상황이 바뀌기를 원한다면 의미 없는 화풀이를 멈출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시도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