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희 Mar 13. 2023

후회

길 가다가 포대기를 두른 할머니들을 보면 엄마 생각이 난다. 손주 녀석들을 포대기로 업어서 재워주고 달래주던 엄마모습이 생각난다. 등에 바짝 붙게 잘 끌어당겨 업으면 할머니 등에서 쌔근쌔근 편하게 잠자 아이들.


파마약이 태아에게 좋지 않다고 임신기간 내내 참고 다가 아기 낳고 나서 6개월쯤 되었을 때  엄마에게 딸을 맡겨놓고 미용실에 간 적이 있었다. 약을 바르고 머리를 함빡 싸매고 앉아 잡지를 보고 있는데 엄마가 아기를 업고 미용실을 찾아왔다.

"선희야. 애기가 엄마를 어찌나 찾는지 내가 얼굴이라도 봬주려고 데려왔다."

근데 그게 왜 그렇게 짜증이 나던지...

"조금만 있으면 끝나는데 그 새를 못 참고 애를 업고 오면 어떡해?" 

말이 퉁명스럽게 나갔고 슬픈 건 내가 짜증을 내도 엄만  한 번도 맞대응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아니. 애기가 계속 칭얼대서......"

오히려 목소리가 작아졌던 엄마.


친정 옆으로 이사를 가서 시도 때도 없이 아이를 맡기면 늘 포대기로 업고 동네방네 다니던 엄마. 그러다가 아이들이 커서 아장아장 걸을 때는 행여 넘어지기라도 할까 봐 뒤꽁무니 바짝 쫓아다니던 모습이 가슴 아프다.


당연한 건 아무것도 없었는데 새끼들을 맡기면서도 난  뻔뻔했다. 그걸 깨닫고 나니 엄마가 곁에 없는 지 아니면 엄마가 없으니 그걸 깨닫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결론은 늦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렇게 부질없는 후회는 늘어만 가고 엄마는 더욱 그리워진다.

"선희야."라고 부르던 엄마 목소리가 귓바퀴를 맴도는 오늘은 엄마가 무척 보고 싶은 날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4월은 회색이 맞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