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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희 May 17. 2024

기러기의 생일

The Greatest Discovery

 기러기로 산지 7년 차. 어김없이 쓸쓸한 생일을 맞는다. 올해는 쓸쓸함의 무게가 다르다. 물을 잔뜩 먹은 솜이불처럼, 들고 있으면 팔이 빠질 만큼 무겁다.

 시차 때문에 오후가 다 되어서야 축하메시지가 하나, 둘 오기 시작한다. 꽃다발을 한 아름 들고 폭죽을 날리는 이모티콘, 예전엔 영혼 없는 축하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어떤 식의 축하도 한없이 눈물겹다.

 남편은 내 생일을 잊은 듯하다. 축하한다는 메시지도 없냐며 뚱한 문자를 보내본다. 섭섭한 마음은 온몸에 기관들을 꽉 쥐고 있는 것 같다. 심장은 조여들, 위장은 뒤틀린 듯 저릿하고 혈관은 터져버릴 듯 쓰리다.


  아이를 픽업하러 가기 위해 차에 앉았는데 스피커에서 엘튼존의 The Greatest Discovery 가 흘러나온다. 신호에 걸려 서있다가 눈물을 쏟았다. 몸피가 큰 금발의 할아버지가 가던 걸음을 멈추고 힐끗거린다. 볼 테면 보라는 듯 눈물을 닦지 않았다.

 기러기생활이 물려서 지, 갱년기가 두꺼워져서 부쩍 스산하다. 오클랜드의 가을처럼, 엘튼존의 노래만큼이나 오십 번째맞는 생일이 무척이나 저릿하고 시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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