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일에 관해 말할 때는 조심하는 편이 좋다는 거 알지? 적을 가까이 두라고들 하지. 사나운 개를 곁에 두면 순한 개가 물지 않는다고. 잘 알겠지만."
"그 사람들이 갖는 힘은 딱 우리가 주는 만큼 아닌가요?"
"그렇게 쉽게 생각할 일이 아냐." 미시즈 케호는 말을 멈추고는 극도로 현실적인 여자가 가끔 남자들을 볼 때 짓는 표정, 철없는 어린애 보듯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일린도 몇 번 그런 적이 있었다. 사실 꽤 많았다.
클레어 키건 [이처럼 사소한 것들]
주권은 우리 손에 있고, 저 거들먹거리는 사람들은 그저 우리가 위임한 권한을 한시적으로, 법 테두리 안에서만 행사해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문제는 상식이 늘 통하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현실에서는 종종 주인과 종이 자리를 바꾸고, 옳음과 그름이 헷갈린다. 역사는 이렇게 기록되었다가 저렇게 뒤집힌다. 정의나 진리도 그때와 지금이 다르고, 저 나라와 이 사회에서 제각각이다.
그래서다. 용기 따위는 주머니 속에 넣어두는 편이 낫다. 쌓인 생각이 너무 많다면 친구를 만나 술자리애서 털어버리는 편이 안전하다. 아내 아일린과 미시즈 케호처럼 동물적인 감각으로 위험을 인지하고 사랑으로 말리는 사람들이 있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는 무수한 펄롱들이 있고. 때때로 소심한 사람들이 내는 무모한 용기가 작은 변화들을 만든다. 잠시 잠깐의, 작은 변화라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