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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닿지 않으며 닿아 있다

by 런던 백수
마저리의 패턴은 톰보다 단순하다. 나는 유효타를 낼 수 있지만, 그러면 경기가 끝날 것이다. 나는 피하고, 짧게 공격하고, 다시 피한다. 칼이 마주 닿을 때면 닿은 자리를 통해 마저리의 손이 느껴진다. 우리는 서로에게 닿지 않으며 닿아 있다. 마저리가 돌고, 방향을 바꾸고, 앞뒤로 움직이고, 나는 마저리에 맞춰 움직인다. 음악은 없지만 마치 무슨 춤, 움직임의 패턴과 같다. 나는 이 춤에 어울리는 음악을 찾아 기억하고 있는 음악들을 훑는다.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닿은 자리를, 손과 등으로 이어지는 칼 사이의 칭-챙-창을 느끼기 위해 나의 패턴을 마저리의 패턴에 맞추고 있자니 이상한 기분이 든다.

파가니니, <첫 번째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6> 3악장. 정확히 들어맞지는 않지만, 떠오르는 곡 중 가장 가깝다.
엘리자베스 문 [어둠의 속도]


펜싱 장면을 묘사한 가장 아름다운 대목이다.


자폐인이 좋아하는 여성과 펜싱을 즐기는 장면이다.


저자는 자폐인 아들을 키우면서 자폐에 대해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자폐인을 기른 모든 부모가 이와 같은 문장을 써내지는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공부가 직접 경험을 이길 수가 있을까.


얼른 이 글을 올리고, 파가니니를 찾아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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