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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 백수 Aug 23. 2024

BBC프롬스의 참맛, 프로밍(promming)

자발적 한시적 백수의 런던 표류기 번외편

이번주는 음악으로 가득하다. 월요일에는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조성진 님 연주를 듣고 바로 열차편으로 런던으로 돌아왔다. 화요일에 한 차례 추가 된 조성진 님 연주를 다시 듣고 싶었으나 예정대로 돌아와서 예매해둔 클라라 주미 강의 연주를 들었다. 어제, 목요일에는 일본인 지휘자가 지휘하는 '전람회의 그림'을 들었고, 오늘은 드비시와 프로코피에프를 들으러 간다. 클래식 음악축제, BBC 프롬스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올해 프롬스는 7월 19일 개막 공연을 시작으로 9월 14일까지 계속된다. 주 공연장은 런던 로열 알버트홀. 그밖에도 뉴캐슬과 노팅엄, 애버딘, 브리스톨, 벨파스트 등에서도 몇 차례 공연이 열린다. 올해 프롬스는 이미 반환점을 돌았지만 영국 방문 계획이 이 기간 안에 있거나, 혹은 내년에라도 프롬스를 즐기고자 하는 분이 있을 것도 같아서 정보를 정리해둔다.


비싼 표도 비싸지 않다. 프롬스니까

표는 로열 알버트홀 사이트(https://www.royalalberthall.com/)에서 사면 된다. 어렵지 않다. 프롬스 기간에는 초기 화면에 공연 일정이 죽 나와 있다. 마음에 드는 공연 섬네일 이미지를 누르면 상세 페이지가 열린다. 공연 제목 바로 아래 'find tickets' 버튼이 있다.


물론 좋은 자리는 꽤 비싸다. 게다가 나는 음악 좋아하는 아내, 그리고 10살 아이와 함께 사는지라 최소한 두 장, 때로는 세 장을 사야 한다. 오늘 공연, prom 44(프롬스 기간에는 하루 한두 차례 공연이 매일 이어지는데 매 공연마다 숫자를 붙인다. 개막 공연이 prom 1, 올해 폐막 공연은 prom 73이다) 기준으로 가장 비싼 자리는 54파운드다. 박스석 자리다.


이 자리는 그날그날 가격이 다르게 책정된다. 개막/폐막 공연은 150파운드까지 올라간다. 개별 공연들은 최고가가 80파운드 정도로 설정되어 있는 걸로 보인다. 앞으로 예정된 공연들 가운데는 9월 5일과 6일 이틀간 열리는 prom 61과 62가 그렇다.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이 브루크너와 말러를 연주한다. 오랫동안 런던심포니를 지휘했던 사이먼 래틀을 영국 관객들이 얼마나 반가워하는지가 가격에서부터 보인달까?


80파운드면 비싸긴 비싸지. 세 명이면 240파운드니까. 근데 한국에서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공연을 보는 것과 비교해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2022년에 예술의 전당에 사이먼 래틀이 런던필을 이끌고 조성진과 협연한 사례가 있었더라. 이날 표는 R석 40만 원, S석 35만 원이었다. R


사랑해요 프롬스. 아름다워라 런던.

사랑해요 프롬스.석 40만원 / S석 35만원 / A석 26만원 / B석 16만원 / C석 8만원

자, 정말 경제적인 방법을 알아보자

가장 싼 좌석은 11파운드부터 시작한다. 객석 3층 자리들인데 곳에 따라 시야가 가려서 무대는 잘 보이지도 않는 자리도 있다. 고소 공포증이 있는 분은 약간 무서울 수도 있다. 공중에 객석이 매달려 있다고 느껴질 법한 기울기다. 난 여기 올라가지 않겠다. 무서워서는 절대 아니다.


18세 미만이면 그나마 반값이다. 장애인과 장애인을 보조하는 사람 1명까지는 50% 할인을 적용 받는다. 휠체어 석은 12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공연에 따라 최대 25석까지 추가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장애인 보조견도 로열 알버트홀에 함께 입장할 수 있다. 10명 이상이 함께 가는 경우, 단체 할인을 적용한다. 할인율은 크진 않네. 5%다. 


그리고 proms만의 매력, promming을 소개할 시간이다. 두둥.


단돈 8파운드 입석, 프로밍 즐기기

8파운드다. 프로밍석 중 가장 대중적인 곳은 연주자들 바로 앞, 아레나에서 서서 볼 수 있다. 또 3층 객석 위편 갤러리에도 스탠딩석이 있다. 합창단 석도 프로밍 티켓으로 접근이 가능하긴 한데 굉장히 빨리 매진된다. 이 자리를 구하려면 미리 예매 사이트에 접속해서 대기해야 한다. 나는 오늘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그밖에도 Rear Rausing Circle에도 좌석이 제공되는데 기대하지 마시라. 내년에 여기 앉아서 8파운드짜리 공연을 보고 싶다면 올해 미리 신청해야 한단다.


아레나에서는 관객들이 공연 중엔 바닥에 앉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관리한다.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압사사고 같은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한다. 물론 불편하지만 연주자들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어서 오히려 나은 측면이 있다. 클라라 주미 강의 열정적인 연주, 협연하는 비올라 연주자의 연주를 들으며 즐거워하던 표정, 쏟아지는 박수 갈채에 감격하던 얼굴을 바로 앞에서 지켜보는 건 큰 기쁨이었다. 먼 객석보다 낫더라. 


갤러리는 조금 더 유연해서 앉을 수도 있다고 들었다. 물론 확인은 해보지 않았다. 3층 객석보다도 더 위에 있는 공간이라 거기 바닥에 앉으면 음악이 잘 들리지는 않을 것 같다. 갤러리에 앉아서 듣느니 집에서 BBC radio 3 채널로 생중계되는 공연을 즐기는 편을 선택하겠다.


프로밍 표 구하기

이 표는 공연 당일 오전 10시반부터 판매한다. 최대 1,000장까지 풀리니까 넉넉할 것 같지만 프로밍 표까지 매진되는 공연도 적지 않다. 늑장은 부리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로열알버트홀 공식 사이트에서 쉽게 표를 살 수 있다. 만일 놓쳤다면 viagogo, gigberg 사이트를 통해서도 반환표, 재판매 표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재판매 표는 물론 더 비싸질 수 있다는 점. 안네 소피 무터의 바이올린 연주를 들을까 했다가 게을러버린 날이 그랬다. 8파운드짜리 입석표가 무려 107파운드에 올라와 있는 걸 보고 깨끗하게 포기했다.


물론 로열 알버트홀에 직접 방문해서 티켓 카운터에서 사도 된다. 12번 출입문 안쪽 카운터에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직원들이 앉아 있다.


Holy Rail을 잡아라!...입석 맨 앞줄 차지하기

자, 프로밍 표를 구했다면 어디서 서서 볼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난 그냥 아레나 뒤편이어도 좋다,하면 상관 없다. 공연 시작 3분 전에 아레나에 도착해도 된다. 일찍 로열알버트 홀에 도착했다면 곳곳에 있는 바에서 맥주나 와인을 한 잔 사서 들고 아레나로 들어가도 좋다.


자, 당신이 연주자들 바로 앞에 서고 싶다면, 이른바 홀리 레일을 잡고 연주를 듣고 싶다면 좀더 부지런해야 한다. 로열알버트홀 12번 출입문에 서 있는 직원은 큐잉 넘버, 대기 번호표 책을 갖고 있다. 달라고 하면 번호표를 하나씩 뜯어서 준다. 이 번호가 당신이 입장할 순번이다. 


대기 번호 1번을 받고 싶다면? 물론 일찍 가야 한다. 가능하다면 아침 일찍 로열알버트홀에 도착한다. 10시반에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프로밍 표를 현장 구매하고 곧바로 번호표까지 챙기자. 홀리 레일은 당신 차지다. 8월 9일 조성진 님의 프롬스 공연 날, 내 대기 번호는 65번이었다.

공연 시작 1시간 30분 전부터 12번 출입문 바깥에 줄을 선다. 아레나 입석 따로, 갤러리 입석 줄 따로다. 아마 번호표 색깔도 다를 것이다. 흰색 아니면 초록색.


줄을 선 사람들에게 "니 번호는 몇 번이니?" 물어서 내 번호 자리에 가서 선다. 1번이라면? 대기줄 맨 앞으로 가면 되겠다. 아마 영국인 클래식 팬들의 부러움 섞인 박수를 받을 것이다.


다른 사람 앞으로 들어 갈 때도 계면쩍어할 것 없다. 당신은 대기번호표 순서대로 서는 것이다. 그저 당신 번호를 보여주고 '오늘 바람이 많이 부는데? 어디 멀리서 왔니?'같은 스몰토크를 하면 좋다.


공연 1시간 전부터 알버트홀 출입문이 열린다. 이때 당신이 오늘 2시간동안 차지할 자리가 결정된다. 당신의 앞번호가 걸음이 너무 느리다 싶으면 앞질러도 상관 없다. 단, 뛰지는 말라. 직원들이 통제한다. 아레나에 들어서서 원하는 곳에 서면 끝이다. 그래, 거기가 가장 좋은 자리다.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어떡하느냐고? 가방을 두고 가라. 안 훔쳐간다. 줄을 서는 동안 영어가 짧아도 스몰토크를 해두면 이럴 때 좋다. 나 화장실 다녀올 테니 가방 좀 봐줘,하면 얼마든지 다녀오라고 할 것이다. 공연 중간 인터벌 때도 같은 방식이다. 


한 시간 동안 앉아서 책을 읽거나 프로그램북을 사 읽어도 좋다. 스마트폰으로 그날의 레퍼토리를 미리 들어보거나 뭐 게임을 하고 앉아 있어도 된다. 가방에 간식거리를 싸가서 먹어도 된다. 물이든 술이든 마셔도 괜찮다. 마음껏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어도 좋다. 공연 시작이 임박하면 직원들이 돌아다니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할 것이다.


자, 이제 악장이 들어와서 조율을 한다. 곧이어 지휘자가 들어오고 박수 갈채가 쏟아진다. 지금부터 이 멋진 공간에서 아름다운 음악의 세계로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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