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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초? 국제학교? 국제중?

by 런던 백수

아이의 귀국이 임박하면서 마음만 바쁘다. 뭐라도 명확하게 결정이 되어야 집을 계약하든 할 텐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날이다.


이럴 때일수록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1. 아이를 괴롭히지 말자.

7세고시가 어쩌고 하는 KBS 시사프로그램 https://www.youtube.com/watch?v=DysyxTqFlnY 이야기를 요즘 사람들이 자주 하더라. 우리 부부는 아이를 그렇게 키우지 말자 다짐하고 있다. 사교육 시장에 밀어넣고 학대해가며 아이를 키우지 않겠다.

음악의 즐거움, 언어라는 무기를 갖고 즐겁게 살기를 바란다. 반드시 프로페셔널 음악가가 아니더라도. 반드시 번역가나 통역가, 법조인이나 외교관은 아니더라도.


2. 가족은 같이 지내야 한다.

마음 같아서는 어떻게 해서라도 아이가 영국에서 공부를 계속 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 여러 여건상 불가. 일단, 난 기러기 아빠를 할 생각이 전혀 없다. 가족은 같이 지내야 가족이다.

내가 런던에서 일을 구하지 않는 한 영국에서 아이를 가르치기는 가능하지 않다. 아이가 들어오는 수밖에 없다.


3. 형편 되는 선 안에서 움직이자.

내돈내산 1년 런던 살기로 내 계좌는 철저히 붕괴되었다. 물론 남은 부동산 자산이 있지만 그것까지 건드려가면서 아이 교육에 몰빵할 수는 없다. 박사 과정도 아니고 초등 교육에 연간 1억 안팎을 쏟아붓는다? 난센스. 대학까지 생각하면 교육비로만 10억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는 계산인데...노노.


그래서 이런 방안을 구상했다.


1. 사립초등학교 전입을 추진한다.

공립초등학교로 갈 경우, 아이가 1년간 쌓아온 영어 경쟁력으로 얻는 이점보다 뒤처지는 수학 같은 부분에서 스트레스가 강하지 않을까. 차라리 영어를 좀 강조하는 사립초를 두들겨보자. 어라, 전입 경쟁조차 치열하더라.


다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고학년일수록 경쟁률은 떨어졌다. 받은 대기 순번이 한 자릿수다. 바로 입학하라는 게 아니라 누군가 등록을 포기하거나 전학을 가거나 해야 들어간다는 뜻이다. 이게 뭔가 싶기도 하지만 아이 귀국이 4월 하순이니까 오히려 나쁘지 않을 수도.


2. 사립초 전입이 무산되거나 늦어지는 상황을 감안해서 공립초를 선택해둔다.

사립초로 언제 들어갈지 알 수 없으니 일단 어디라도 공립초에 적을 걸어두기는 해야 할 것 같다. 해외 체류했던 초등학생이 귀국할 경우, 귀국 한 달 안에 학적을 회복해야 한다. 정확히 어떤 법령에 규정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한 달 안에는 학교에 등록해야 한다고 안내 받았다.


간단하게는 출국 전에 다니던 학교로 복학하면 되는데, 기왕이면 좋은 학교를 골라보는 것도 좋겠다. 초등학교는 주소지 인근으로 배정되는 시스템이니까 근처에 집도 구해야 한다.


3. 국제중학교 입학을 추진한다

국제중학교는 서울에 대원중, 영훈중. 경기권에 청심중. 영남권에 부산중과 선인중. 이렇게 딱 5곳이 있다. 외국어 중심의 특화교육을 하는 학교들이지만 입시를 치르는 게 아니라 추첨제로 입학한다. 특혜 시비 끝에 제도가 바뀐 것.


입학 경쟁은 치열한데, 수도권 학교들은 거의 20대 1 수준인가보다. 실력을 겨루는 것도 아니니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심정으로 지원을 해봐야지 뭐.


해외에 있다가 온 아이들, 여길 들어가겠다고 미친듯이 사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밀려드는 곳이라 막상 가면 아이가 치일 것도 같으나...평범한 공립학교보다야 낫겠지라는 심정이다.


4. 국제학교를 알아는 본다.

가족이 같이 지내야 하기 때문에 제주에 있는 학교는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수도권에 있는 국제학교를 알아본다.


국내 학력이 인정되는 학교들이 있고 그렇지 않은 학교들도 있다. 학력 인정이 안 되는 학교로 간다면 졸업 자격을 취득하려면 검정고시를 봐야 한다...


국제학교는 대개 원어민 교사들을 여러 명 고용하고 미국이나 영국 캐나다의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다가 학교를 만든 곳들이다. 당연히 학비가 비싸다. 비싼 만큼 값을 할지야 워낙 평가가 다양할 수 있겠다. 아이마다 적응을 잘하기도 못하기도 할 것이고. 아이와 선생님, 부모와 선생님 사이에 엄청난 상호작용이 나타날 수도, 정반대로 파괴적인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는 게 세상사니까.


아무튼 가능하면 국내 학력 인정을 받는 학교를 찾아본다.


5. 집을 구한다.

내 구상대로 모든 게 잘 풀린다는 전제로, 아이의 장래는 사립초-국제중-외고-해외 대학 정도의 루트가 되시겠다.


물론 모든 단계마다 변수가 너무 많아서 저 가운데 하나도 제대로 안 될 수 있겠다. 당장 사립초부터 들어가게는 될지 알 수가 없다. 예를 들어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11월에나, 2학기 말에나 자리가 났다고 오겠느냐고 물으면? 안 가겠지. 국제중은 추첨에서 되기는 할까? 20대1 경쟁을 뚫고? 외고 입시는 또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말이다. 대학은 아직 먼 미래니까 논외로 하더라도.


해서, 집을 어디에 구할지도 너무 많은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 한다. 선택지는 다음과 같다.


1. 국제중 인근

서울 시내 국제중은 광진구 중곡동과 강북구 미아리에 있다. 다행히 집값이 엄청난 곳은 아니다.


2. 국제학교 인근

우리는 일단 인천 송도 쪽을 고려하고 있다. 다행히 서울 주요 지역에 비하면 집값은 합리적이다.


3. 학군지

이도저도 안 되겠다면, 사실 아이가 괴롭더라도 그냥 한국 입시 트랙에 올라타는 것도 방법이다. 강남이나 목동 같은 학군지도 선택지가 될 수는 있다.


4. 처가살이

하아...아내와 부모님은 좋아할 수 있다.


어렵다. 정리를 해봤지만 정리가 안 된다. 사는 게 원래 이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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