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로이드

복용 일지

by 혜진

[스테로이드 첫 복용]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 단백뇨가 1년 가까이 1000 이하로 줄지 않아 결정한 치료제이다.


복용한 지 2주 만에 검사한 결과는 처참했다. 백혈구 수 18.3 (정상 수치에 대략 두 배), 기기절대호중구수 15890 (평소 수치에 5배), 혈당 120 (정상 수치 범위 넘어감), 콜레스테롤 수치 290, 단백뇨 1322. 사구체여과율 56 (처음 60 아래로 떨어짐), 혈압 세 번 연속 150 (평소에 저혈압이었음).


보통 처음 약을 시작할 때 겪는 일종의 쇼크현상이 어느 정도 결과에 녹아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긴 했지만, 다른 건 몰라도 사구체 여과율이 떨어진 것과 단백뇨가 오히려 늘어난 것이 내가 굳게 마음을 먹고 이 약을 시작하게 된 의지를 꺾어 버렸다.


의사의 진료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 정상이었던 수치들이 올라간 건 스테로이드를 복용할 때 흔히 나타나는 부작용으로, 염증이 심해서 갑자기 수치가 올라간 것이 아니므로, 더 지켜보자. 혈압이 높고, 콜레스테롤 수치 높은 것은 약으로 잡아 보자.


다행히 약을 복용한 지 한 달 째부터 백혈구 수, 기기절대호중구수, 혈당은 정상 수치로 내려왔고, 단백뇨도 980까지 내려왔다.


그 밖에 나타난 부작용에는 손등 및 손가락 관절 마비 및 통증이 생기는 증상과 복용한 지 2주 만에 나타난 문페이스 현상이었다. 이미 수치상으로도 부작용의 범위가 심했으니, 그게 관절과 얼굴로 나타나지 말란 법은 없었다. 다만, 약의 용량이 나에게 과했는지, 부작용이 너무 빨리 나타났고, 의사도 스테로이드 8알에서 6알, 3주 만에 4알로 줄여버렸다.


약을 줄이고 마그네슘도 추가해서 먹고는 있으나, 관절 마비 증상 및 무릎 통증, 문페이스는 두 달째 지속되는 상황이다. 아무래도 약을 먹는 내내 유지할 듯하다. 더불어 오히려 몸무게는 빠진 상황인데, 식단을 잘해서, 혹은 근육이 빠져서 그럴 수 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1년 간 해왔던 필라테스 동작이 잘 안 되고, 복부는 나오고, 엉덩이는 납작해졌다.


서글프다. 단백질 섭취도 제한해야 하고, 운동도 시원하게 하지도 못하고, 몸에 근육이 빠지는 느낌이 결코 유쾌하지 않다. 얼굴도 가관이다. 턱 바깥쪽에 볼이 하나 더 생긴 상황이다. 정면에서 볼 때는 하관에 살이 붙은 달덩이이고, 약간 45도로 틀면 볼 면적이 얼굴에 4분의 3을 차지한다. 약을 줄여서 좀 나아질까 싶었는데, 그렇진 않은 것 같다.


주말에 친정에 다녀왔다. 내 얼굴을 본 부모님의 얼굴은 걱정과 노여움, 그 자체였다. 부작용이라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얼굴의 부기를 어떻게 든 빼야 한다며, 얼굴이 말이 아니라며, 부기 빼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나서셨다. 그렇게 조각난 늙은 호박 보따리를 한 아름 안고 돌아와야 했다.


[기적의 스테로이드]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고 7주 만에 병원을 찾았다. 단백뇨가 490으로 줄었다. 사구체 여과율도 다시 70이 넘었다. 아직 콜레스테롤은 250이 넘는 수치이긴 하지만, 다른 수치들이 2달 만에 예전 수치대로 돌아왔다. 기적의 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퉁퉁 부은 얼굴 따위 중요하지 않았다. 이쯤 되니 약을 줄이는 게 두려워지려고 한다.


의사의 진료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 수치가 좋아져서 다행이다. 약은 바로 한 알로 줄이기는 어렵고, 2주 동안 한 알 반, 나머지 2주는 한 알을 복용하고, 한 달 후에 결과를 보자. 콜레스테롤은 많이 높은 편이니, 지금 먹고 있는 고지혈증 약과 병합하여 먹을 수 있는 약을 살짝 추가해 보자. 약을 서서히 끊는 중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식단 관리를 잘하고 있어서 더 결과가 좋은 것 같다. 약을 끊어도 수치가 잘 유지되는 사람이 있고, 다시 안 좋은 수치로 돌아오는 사람이 있다. 서서히 끊어 보자.


부작용이 심한 약이라는 명성이 자자해서, 먹기 전부터 걱정이 많았고, 걱정한 만큼 부작용은 아주 빨리 눈에 띄게 나타났고, 부작용을 상쇄해야만 하는 결과는 초반엔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차츰 결과가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 고작 두 달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 애초에 너무 걱정했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마침 5년간 먹어오던 유방암약(타목시펜)이 이제 한 알 남았다. 5년 전 이 약을 시작하기 전에도 참 걱정이 많았었다. 이 약 역시 부작용 때문에 포기하고 자연치료를 하거나, 의사 역시 너무 힘들면, 말하라는 권유도 미리 하기도 했었다. 폐경 증상을 약으로 미리 겪어야 하는 고충을 누군들 느끼고 싶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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