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직박구리

by 지니

퉁.

한낮 평온한 정적에 싸인 거실 유리창에 무엇인가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

유리창 너머로 살펴보니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직박구리 한 마리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사위를 반사하고 있는 유리창에 가끔 일어나는 일이다. 충격으로 낙하한 채 미동도 없었다. 죽을까 마음이 쓰여 마당으로 나가 살피고 싶었지만 혹시나 고통과 두려움을 더할까봐 숨을 죽이고 거실 안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가 잠들어 계신다. 목욕 후 아기처럼 평온하게 낮잠을 주무신다. 발끝을 들고 살금살금 다가가 주무시는 어머니를 살핀다. 편안하실까 불편한 건 없으실까. 주무시는 얼굴의 미간을 살핀다.

조바심에 발끝을 들고 조심스레 창 너머 직박구리를 살펴보았다. 갑작스런 충돌로, 겨울날 차가운 땅바닥에 떨어진 채 그대로 던져져 있었다. 까만 유리구슬 같은 눈이 반쯤 감긴 채 쾌활하고 당당하게 정원을 누비던 날렵한 몸은 고통에 파르르 떨고 있다. 홀로 죽음을 기다리는 이 어린 새에게 나는 그저 관찰자일 수밖에 없었다. 내게 기도할 신이 있다면 기꺼이 나의 몫을 주고라도 살려달라 애원하고 싶었다.

어느새 어머니가 잠에서 깨서 소리 없이 거실로 나오신다. 잠깐의 오수에 편안해진 모습이 창을 통해 비스듬히 들어오는 겨울 햇살에 가슴께로 촛불 하나 들고 계신 듯 빛난다.

쉿, 작은 새 한 마리가 유리창에 부딪혀 죽으려 해요. 어쩌죠?

어머나, 이를 어쩜 좋니. 가여워라. 제발 죽지 말아야 할 텐데...

천진무구한 어린아이처럼 가슴을 쓸며 안타까워하는 어머니의 얼굴을 본다.


노쇠가 무너뜨리지 못하는 정신과 영혼이 어머니의 눈동자 속에서 반짝인다. 자식에게는 언제나 어머니일 뿐, 단 한 번도 나와 다른, 한 사람으로 여겨본 적이 없었던 어머니. 돌이켜 보면 나 자신도 놀랄 만큼 너무나 당연한 존재였기에 내가 쳐다볼 줄도 몰랐던 그가, 이 순간, 내가 처음 만난 사람인 듯, 한 사람으로 여기 있다. 정원 나무 가지에 날아 앉아 뽐낼 만한 하얀 뺨을 자랑할 줄도 모르고 톡톡 나무 껍질에 작은 부리를 비벼대는 박새를 조우할 때와 같은, 떨리는 경이와 찬탄, 감사가 내 날숨과 함께 새어 나온다.


반 시간이나 지났을까. 떨어진 직박구리는 몸을 추슬러 세우더니 힘겹게 정원용 의자 밑으로 몸을 숨기고 한숨을 고른다. 곧, 애를 태우며 걱정하던 나와 어머니를 놀리는 것처럼, 한순간 아무렇지도 않게 윤기 나는 회청색 날개를 펴고 포르르 날아갔다.


흔들리는 촛불을 감싸들은 듯 짧은 안도와 조바심 사이를 왕복하는 내 맘을아시는 지 모르시는 지, 날아가는 직박구리를 보며 어머니가 소녀처럼 환하게 웃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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