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필 쓰기
수필 쓰기 수강 첫 시간, 강의하는 노작가는 말했다.
수필을 쓴다는 것은, 마음의 거울을 깨끗하고 맑게 닦아 그 거울에 자신을 비추어 보는 작업입니다. 침잠해 있는 물처럼 고요한 마음의 거울에 비추어진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수필이기에 막무가내로 산 인생에서는 좋은 글이 나올 수 없습니다. 향기로운 먹을 싼 종이에서 좋은 냄새가 나듯 수필 역시 그러합니다.
이 얼마나 글을 쓰려는 사람을 의기소침하게 하는 무서운 말인가. 내 글이 곧 나의 인생이라니......
닦아 본 적도 없이 더덕 때에 찌들어 있는 내 마음의 거울. 냉동고에서 수 년째 켜켜이 틀어박혀 있는 음식 봉다리들처럼 절대 열어 보고 싶지 않다. 인생을 걸만한 용기를 내어 그 거울을 닦아 본 들, 흉측한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볼 수 있는 용기는 또 어디서 꾸어 올 수 있겠는가.
사랑, 헌신, 신의, 인내, 자부심, 감사 같은, 삶을 밝혀주던 등불은 다 타버린 심지로 가물가물 껌벅이며 그 빛이 다해가는데, 그 어슴푸레한 어둠 속 거울에 비추어진 얼굴에서 기어 나오는 좌절, 회한, 분노, 비탄, 권태, 체념이라는 요물들이란......
한 마리 학처럼, 절개 높은 선비처럼, 고고한 노작가여.
좌절로 부서지고, 회한으로 멍들고, 분노로 재가 되고, 비탄의 눈물로 얼룩져 권태와 체념의 어두운 우물 속에 던져진 넋은 어떻게 위로받을 수 있을까요. 썩고 냄새나고 일그러진 영혼들은 천년 궤짝에 감금되어 유폐시켜야 할까요? 당신의 수정처럼 맑고, 향기 나는, 아름다운 말들이 이 영혼들에게는, 배곯은 떠돌이 개에게 던져 준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같지 않을까요?
가난한 이가 가난한 이를 돕듯, 나는 구원을 요청하는 메시지이자 위로의 메시지로 이 망가진 넋들에게 말을 걸어보고 싶습니다. 불행과 불행이 만나서 어쩌면 행복이 될 수도 있다는 심산으로. 비록 그 말들이 심연의 어두움에서 긷는 처량하고 불길한 것들 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