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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통수영 Sep 14. 2024

이방인 2

다름

B와 R


01.

B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언니 종교 때문에 나는 고기를 먹지 않아요'

그래 종교 때문이라는데 그럴 수 있지.

이렇게 말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그래도 여기는 한국이고, 한 번쯤 여기 초대받았다면 먹어볼 수 있는 거 아닌가?'

지난번에 우리 집에 놀러 온 R은 채식주의자이지만

우리 집에 와서 내가 정성껏 차린 고기를 보고

한번 먹어보겠다고 했는데

이 정도에 성의는 보일 수 있는 거 아닌가?

머릿속에 교차하는 두 가지 생각.


"지도층이 영국인이나 백인이 되고 싶어 한다는 거야. 한심한 망상에 빠져있어"(파친고 2중)


02.

R은 한국이 너무 좋단다.

또 여행 와보고 싶은 그런 곳이라고

많은 여행을 했던 여행지 중에 기억에 남는 곳이라고 한다.

R의 말대로 한국사람들은 친절했다.

거주할 고시원을 구하는 것도,

함께 식사를 할 친구를 만들어보는 것도

R에게는 어렵지 않았다.


B는 많은 시간이 걸려 노력해야 하는 것들이

R은 한순간에 너무 쉽게 되어버렸다.

B와 R에게 있어 정말 난 공정한 언니일까?

편견 없이 둘을 대한 거 맞을까?


B와 함께 하는 단톡방에서 약속을 정할 때 B는 이런 의견을 남긴다.

"저는 채식만 먹습니다. 제가 먹는 음식은 따로 주문해 주시거나 도시락을 준비해 가겠습니다"


B는 융통성이 없는 걸까?

B의 종교를 인정받고 싶은 건가?

B가 배려심이 없는 걸까?

R이 배려심이 깊을 걸까?

R이 융통성이 있는 걸까?

........

R이 자라온 그 문화가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정말 나는 B와 R을 공정하게 생각한 걸까?

공정하게 대한 걸까?


03.

B의 가족과 우리 가족이 키즈카페에 갔다.

놀이를 하다 처음 만난 무리에 아이들이 B의 아이들이 까맣다며 더럽다고 놀지 말자고 아이들끼리 키득된다.

B와 다니다 보면 심심치 않게 이런 상황을 자주 직면한다.


아이를 놀린 무리에 부모에게 가서 언니인 내가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를 요구했다.

부모가 상황을 듣더니 이런 말을 한다.

"우리 아이가 이런 상황을 직면한 게 처음이라 제가 좀 당황스럽네요. 그런데 아이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하니 생각을 해볼게요."

너무 화가 났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야기했다.

"아이가 까맣다고 놀지 말라고 했다는 부분은 많이 속상하네요. 사과를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사과를 원하지 않으시면 하지 않으셔도 되지만

사과를 꼭 받고 싶어요"

얼굴이 붉어지며 한국사람으로서 너무 부끄러웠다.

그렇지만 마음을 전달하며 B에게 우리가 한국사람 대신 사과를 건넸다.


B가 넌지시 이야기를 한다.

B는 우리와 함께 하지 않을 때 더 많은 힘든 상황을 겪었.

그러면서 B는 배웠다.

B와 B의 아들은 사실 이런 상황에서 힘들어 하기보다는 그냥 회 가장 쉬운 선택이라는 걸 알았다.

부모에게 이야기해 봤자 돌아오는 이야기는 기에 B는 두 가지 선택 중 하나를 선택했다.

하나는 다른 무리에 가서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거나

다음은 원래 함께 왔던 한국친구의 무리와 어울리는 것.

우리가 그 두 번째 선택 지였던 것이다.


R과 함께 하면서 한 번도 겪지 않았던 상황을

B와 다니면 자주 겪는다.


B와 R은 다름일까? 틀림일까?

과연 다름이 틀림이 될 수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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