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살다 보면 가끔 상식 밖의 금융 경험을 하게 된다. 특히, 은행 업무를 하면서 느끼는 점이 많다. 이번에 스티븐의 부모님이 우리에게 5억 원을 빌려주셨다. 목적은 단순했다. 그 돈을 동생에게 다시 돌려주는 것이었다. 스티븐이 사업을 하면서 동생에게 5억을 빌렸다. 그리고 동생의 부인이 이 사실을 알고 돈을 돌려받고 싶어 했다. 아무리 돈이 많은 동생이지만 그럴수 있다고 생각한다 . 가족도 한집에 살때나 가족이지 각자 가정을 꾸리고 살다보면 각자 사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돈을 돌려주는 일이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 않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 토요일에 집 근처 은행을 방문했다. 그러나 은행 직원은 단호하게 말했다. "이렇게 큰 금액의 이체는 주말에 불가능합니다."
순간 당황스러웠다. 한국에서는 5억 원 정도의 금액을 이체하는 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호주는 달랐다. 결국, 스티븐의 부모님은 골드 코스트로 돌아가셨고, 우리는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했다. 5억은 생각보다 큰 금액이고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세금이 걸린 문제이다.
호주에서는 보통 **증여세(Gift Tax)**가 따로 없지만, **Centrelink(복지 혜택) 및 양도소득세(Capital Gains Tax, CGT)**가 연관될 수 있다. 한국과는 달리, 부모가 자녀에게 돈을 증여해도 세금이 바로 부과되지는 않지만, 일정 금액 이상을 증여하면 정부가 이를 감안하여 연금 등 복지 혜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10년 단위로 나눠서 증여하기
10년 동안 5천만 원 이하(직계존속 기준)로 증여하면 세금이 부과되지 않음. 배우자는 6억 원까지 비과세, 성인은 5천만 원, 미성년자는 2천만 원까지 가능.
부모가 자녀에게 대여(차용증 작성)
증여가 아니라 대여 형태로 하면 증여세 대상이 아님. 단, 이자를 반드시 지급해야 하며, 대출 계약(차용증 작성)도 필요. 현재 기준 국세청이 인정하는 적정 이자율(4.6%) 적용 필수.
생활비나 학비 명목 증빙
일부 금액은 생활비나 학비로 인정 가능하지만, 5억 원 같은 큰 금액은 증여로 간주될 가능성이 큼.
호주에서는 증여세 자체는 없지만, 다음을 고려해야 함:
자녀가 복지 혜택(Centrelink 등)을 받을 경우 → 큰 금액을 증여받으면 복지 수당에 영향이 갈 수 있음.
부동산이나 주식을 구매하는 경우 → 추후 매각 시 **양도소득세(CGT)**가 부과될 가능성 있음.
은행 송금 시 → Anti-Money Laundering(AML, 자금세탁방지법) 조사 대상이 될 수도 있음.
나는 부자가 아니기에 5억이라는 큰 금액을 받아본 적도, 보내본 적도 없었다. 그래서 이번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큰 금액이 오갈 때는 철저한 계획과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런데, 오늘 애들레이드에 사는 동생 제이에게 문자가 왔다.
"형, 혹시 저번에 제가 실수로 송금한 것 때문에 형 은행에서 연락 온 것 없어요?"
나는 문득 제이가 우리 집을 방문했을 때, 80불을 송금하려다 실수했던 일이 기억났다.
제이는 1월 4일 내 전화번호로 송금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호주는 계좌 번호 말고 전화번호로 송금이 가능하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송금이 실패했다. 이후 제이가 자신의 은행에 연락해 송금을 취소한 상태였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는데 오늘 나는 확인이 필요해서 은행을 직접 방문했다.
은행에서 내 아이디를 확인한 후, 직원이 1월 7일에 80불이 송금되었다고 말했다.
나는 설명했다. "제이가 1월 4일 송금하려다 실패했어요. 그래서 며칠 뒤에 다시 송금(1월 7일)을 한 거예요. 저는 처음 시도한 송금이 반송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라고 설명을 했다.
하지만 은행 직원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같은 사람, 같은 금액이 입금된 기록만 보고 계속 혼란스러워했다. 날짜를 아무리 설명해도 납득시키기 어려웠다.
나는 그럼 통장에 두 번 송금이 표시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안 다라는 것을 설명해 주었다.
은행 직원이 심각한 표정으로 마지막으로 물었다.
1월 7일에 송금된 80불이 다시 친구 계좌로 들어간다고 저는 망설임 없이 "네"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그냥 80불을 제이에게 다시 송금해 주라고 사인을 하고 왔다. 이처럼, 호주에서는 예상치 못한 금융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게 80불을 포기하고 출근을 했다. 80불 정도 는 포기할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애들레이드에 있는 제이가 다시 연락을 해왔다.
"형! 나 80불 받았어!"
이게 무슨 말인가? 내 통장에서 80불이 빠져나간 기록은 없다.
결국 제이는 돈을 받았지만, 나는 돈을 보내지 않은 셈이었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사건인가!
그런데 만약 80불이 아닌 5억이었다면 어때 있을까?
즉 제이가 보낸 돈이 내 계좌로 들어오지도 않았고 내가 포기한 돈도 내 계좌에서 빠져나가지도 않은 미지의 계좌에서 돈이 오고 간 것이다. 이처럼, 호주에서는 예상치 못한 금융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과 비교했을 때, 호주의 금융 시스템이 이렇게 엉성한 구석이 있다. 그래서 큰 금액을 이체하거나 증여하는 일도 쉽지 않다. 이번 경험을 통해, 호주에서 돈을 주고받는 일이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아마도 이런 일은 호주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사건일지도 모른다. 은행도 실수하는 것을 알기에 주말에 큰돈을 송금 못한다고 한 것 같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일이지 않을까?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