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가 일찍 귀가했고, 마침 행복이도 방과 후 활동이 없는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있을 내 플린 시험을 준비하는 겸, 공부를 나름 계획하고 이었습니다. 그런데 시작도 하기 전부터 행복이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다며, 3시 30분이었던 학교 픽업 시간을 30분 늦춰 4시에 학교 근처 도서관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럼 도서관에서 공부를 시키면 될 것 같았습니다.
오후 3시 40분쯤 학교에 도착해, 행복이가 5학년이 되면서 새롭게 입게 된 체육복을 구입한 후, 약속한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도서관에 도착해야 할 시간이 되었는데도, 행복이는 아직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때, 멀리서 행복이가 친구와 함께 도서관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처음이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는 모습을 본 순간이었습니다. 아직까지 한 번도 혼자서 집으로 걸어오거나 학교에 걸어간 적이 없었습니다. 조금은 긴장되었지만, 저는 차를 타고 몰래 따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특히 도로를 건너는 모습이 걱정되어 유심히 지켜보았는데, 조심스럽게 신호를 확인하고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행복이는 무사히 도서관에 도착했습니다.
잠시 고민했습니다. 친구와 더 시간을 줄까, 아니면 그냥 기다릴까? 하지만 오늘 기온은 무려 35도였습니다. 너무 더운 날씨 속에서 아이를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결국, 저는 차에서 내려 행복이를 불렀습니다.
"행복아!"
저를 본 행복이는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습니다.
"아빠, 벌써 왔어? 나 아직 도서관에도 못 들어갔는데!"
그 말을 듣고 웃음이 나왔습니다. 사실, 오늘은 함께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너무 덥잖아. 수영장 가자!"
공부보다, 오늘은 기분 좋은 추억을 남기는 날이 되기를 바라며 우리는 수영장으로 향했습니다. 너무 더워서 얼른 옷을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시원한 물속으로 뛰어들자마자 온몸이 탁 풀리는 기분이었습니다. 행복이도 신나게 물장구를 치며 즐거워했습니다. 우리는 물속에서 장난을 치고, 서로 물을 튀기며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때 행복이가 두 명이 탈 수 있는 큰 튜브를 가리키며 눈을 반짝였습니다.
"아빠, 우리 이거 타자! 둘이 같이 탈 수 있어!"
저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고, 함께 튜브 위에 올라탔습니다. 행복이가 앞자리에 앉고, 저는 그 뒤에 자리 잡았습니다. 구명 요원이 신호를 주자, 튜브가 미끄럼틀의 경사를 따라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처음에는 느리게 출발했지만, 점점 속도가 붙으며 바람이 얼굴을 스쳐 갔습니다.
"아빠, 너무 신나요!"
행복이가 환호성을 지르며 웃었고, 저도 덩달아 소리쳤습니다. 순간적으로 급경사를 지나며 튜브가 공중으로 살짝 뜨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슴이 철렁했지만, 이내 물속으로 빠져들며 시원한 물살이 우리를 감쌌습니다.
물속에서 튜브를 타고 둥둥 떠오르자 행복이는 웃으며 저를 쳐다봤습니다.
"한 번 더 타자!" 제가 행복이에게 말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몇 번이고 함께 미끄럼틀을 타며 신나게 놀았습니다. 더위도 잊고, 시간도 잊고, 오롯이 행복이와 함께하는 순간을 즐겼습니다. 공부보다 더 중요한 시간. 오늘은 행복이와 함께하는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한 배움이었습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