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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도 참았습니다.

by Ding 맬번니언

포기하고 싶어요. 정말, "이젠 그만두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걸 겨우 참았습니다. 새벽부터 근무를 하고, 그 후엔 행복이의 방과 후 활동들을 챙기고 있는데 몇 주째 행복이의 피아노 강습에도 함께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행복이가 강습에 집중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업이 진도가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설명할 때 딴청을 부리고, 손가락은 건반 위에 있는데 눈은 시계나 엉뚱한 곳을 향해 있고, 똑같은 부분을 계속 틀리는데도 본인은 웃기만 합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애처로움과 짜증, 안타까움과 지침이 뒤엉켜서 하루에도 열두 번씩 요동칩니다. 자식이 못하는 모습을 좋아할 부모가 어디 있겠어요.

속상하죠. 지치죠....... 그래서 포기하고 싶어요.


‘왜 저렇게 집중을 못할까’,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 자책도 들고, 답답함도 커집니다.

그래서 오늘은 정말, 행복이 피아노는 이제 그만두게 할까? 그 말이 입 안에서 맴돌았습니다.
아이가 하기 싫어하고, 나는 힘들고, 이쯤 되면 포기해도 괜찮은 거 아닐까 하고요.

하지만 그 말을 꺼내기 전에 문득 행복이 얼굴을 다시 봤습니다.
집중 못 하면서도, 끝나고 나면 “오늘은 좀 잘했지?” 하고 묻는 그 표정.

그 안엔, 아주 작지만 ‘하고 싶은 마음’이 아직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참았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느려도, 반복해도,
행복이가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나도 아직은 포기하지 않기로.


올해 도전은 행복이가 피아노를 제대로 배우는데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악기 하나는 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지 가는 것입니다. 제발 성공했으면 좋겠어요 . 아직도 갈 날이 많이 남았네요.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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