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선생님조차 아이들에게 설명할 때 매끄럽지 못하는.

by Ding 맬번니언

학교에서 행복이를 픽업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늘 그렇듯 조심스럽게 물어보았습니다.

"오늘 학교에서 뭐 했어?"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달랐습니다. 행복이가 자랑스럽게 대답한 거예요.
"아빠! 오늘 나눗셈했는데, 내가 친구들 도와줬어! 선생님도 잘 몰랐는데 내가 설명했어!"

순간, 너무 놀랍고 기뻤습니다. 행복이는 예로 들며 말했습니다.
"456 나누기 4 같은 거였어!"

사실 호주에서 가르치는 나눗셈 방식은 머릿속에서 단계별로 쪼개서 계산하는 방식이라 직관적이면서도 굉장히 복잡합니다. 한국처럼 자리 내림을 하며 계산하는 방식과 달리,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명확하지 않고 연산을 ‘감으로 쪼개는’ 오래된 방식이라 어른들도 헷갈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담임 선생님조차 아이들에게 설명할 때 매끄럽지 못하는 것을 자신이 아이들을 이해시켰다고 자랑스러워했습니다.

그 어려운 개념을 행복이가 친구들에게 설명해 줬다니!

이건 그냥 수학 문제를 푼 걸 넘어서, 행복이가 무언가를 이해했고, 누군가에게 그것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소화했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스스로 자존감을 느꼈다는 것이 무척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생각해 보면, 제가 한국 방식으로 나눗셈을 가르쳐 주고 매일 연습시키고, 자리에 앉아 하나하나 설명해 줬던 시간이 이런 작은 순간을 가능하게 만든 거였죠.

오늘은 정말 행복이의 성장이 눈에 보이는 날이었습니다.
가끔은 '내가 너무 강요하는 건 아닐까?' 고민도 했지만, 이렇게 자신감을 얻고 스스로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니 그래도 잘하고 있다는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런 날이 있기에, 조금 힘들어도 또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래서 포기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이를 끝까지 도와서, 함께 끝까지 가보려 합니다.

사실 저도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많습니다. 지치고, 힘들고,
"이쯤에서 그냥 그만둘까?" 싶은 순간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죠. 하지만 부모가 아이를 포기하면, 아이는 그걸 알아차린다고 생각해요. 말로는 하지 않아도, 마음은 전해지잖아요.

그래서 저는 끝까지 함께 가보려 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천천히라도, 멀리 돌아가더라도 계속 함께하다 보면 오늘처럼 아이가 자신감을 느끼고,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는 날도 찾아올 것 같아요.

그 작은 성취 하나가 우리 둘 다에게 큰 힘이 되더라고요.

아이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아마도 포기하지 않는 부모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은 비록 과정이 버겁고 더디더라도, 그 끝에는 분명 오늘처럼 반짝이는 순간이 또 올 거라고 믿습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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