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만은, 행복이 부모가 되고 싶지 않았다.

by Ding 맬번니언

오늘 하루만은, 부모가 되고 싶지 않았다.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된다는 걸 안다. 하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진심으로 그렇게 느꼈다. 오늘은 평상시 보다 조금 더 힘들었다. 그래서 오늘 하루만큼은, 그런 마음이 들었던 내 마음을 글로 표현하고 싶다.


퇴근 후, 행복이의 학교로 향했다. 담임 선생님과, 행복이를 특별히 지원해 주는 선생님과 면담이 있었다. 담임선생님이 작년에 비하면 행복이 태도부터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서두르다 보니, 아는 문제도 많이 틀린다고 한다. 예를 들어 모든 아이들과 같은 조건에서 문제를 풀라고 하면,
행복이는 검사도 하지 않고 1분도 안 되어 문제를 끝내버리고, 그렇게 쉬운 문제와 아는 문제도 틀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럼 담임선생님과 도움을 주는 선생님이 옆에서 “천천히 해보자”라고 하면 처음보다는 훨씬 더 많은 문제를 맞힌다고 한다. 그래서 아직은 다양한 형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말에 기뻤다. 행복이가 좋아졌다는 말이니까. 하지만 솔직히 마음 한편에서는, 우리가 함께 흘린 땀과 눈물에 비하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은 행복이의 ADHD 약 복용량을 조절하기 위해 소아과에도 다녀왔다. 행복이가 6개월 정도 ADHD 약을 복용해 보니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약을 먹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집중력과 반응이 너무 다르다. 그래서 양을 조금 늘려보기로 했다. 학교 면담 이야기를 의사 선생님께 전하자,

그분은 전문 기관에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어떠냐고 권했다. 그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추측만으로는 알 수 없는 영역,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소견서를 받아왔다.


그렇게 하루를 온전히 ‘행복이를 위한 하루’로 보낸 후, 우리는 피아노 학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정말이지, 행복이의 모습에 화가 치밀었다.

피아노를 너무 하기 싫어하는 얼굴.
선생님의 말을 듣지 않고 산만하게 움직이는 모습.
결국 나는 행복이 강습이 있는 작은 방 안에 함께 앉아 있어야 했다. 그 시간은, 나에게 고문 같았다. 하기 싫은 아이를 억지로 붙잡고 있어야만 하는 시간. 피아노 선생님이 연습은 하고 있느냐고 물었을 때, 행복이는 조심스럽게 나를 힐끔 보더니 “10분 정도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실제로는 한 곡도 제대로 끝내지 못한 채, 1분도 안 되는 시간만 건드리는 연습이라는 걸. 그 순간, 오늘 하루 쌓여왔던 감정이 무너졌다. 화가 났고, 지쳤고, 서러웠다. 우리가 이렇게 힘들게 노력하고 도와주는데 아이는...


결국 나는 피아노 수업이 끝난 뒤, 그가 평소 가던 테니스 연습장에는 데려다만 주고 혼자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오늘, 부모이기를 잠시 내려놓았다. 부모라서 견뎌야 하고, 부모라서 참아야 하는 줄 알지만, 나는 아직 완전한 사람이 아니기에 오늘 하루만큼은 그 역할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 밤이 지나면, 나는 또다시 아이의 아빠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 아이는 내 전부니까. 그러니 오늘 하루만,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본다. 괜찮아. 오늘은 좀 힘들었지만, 내일은 다시 사랑으로 시작하면 돼. 오늘 하루만 이런 마음이든 나를 조금만 미워하고 내일부터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것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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