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죽고 싶어요. 자고 일어났을 때 눈을 띄고 싶지

by Ding 맬번니언

“형, 어제는 제가 너무 심하게 말해서 미안해요. 제가 지금 조금 예민한 상태라서 말이 그렇게 나왔네요” 제이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다.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나는 괜찮다고,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사실 그의 말투 하나하나에 걱정이 묻어났다.

“형, 저 이번에도 실패했어요… 어쩌면 좋을까요.”

좌절 섞인 그의 목소리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어진 말.
“형, 나 한 번 더 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요. 어쩌면 좋죠?”

그 말에 숨이 막혔다. 그는 벌써 다섯 번째 낙제를 받았다. 그 결과, 다음 수업료를 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5주 수업료가 한국 돈으로 천만 원. 그 많은 돈을, 지금의 제이가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스카이를 졸업한 사람들은 다 잘 살고 있을까?’

간단히 조사해 보니,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이 세 대학의 연간 졸업생 수를 합치면 약 2만에서 2만 5천 명 정도다. 매년 그들은 모두 좋은 학벌을 갖고 사회로 나가지만, 과연 모두가 성공했을까?
답은 아니올시다였다.

제이는 스카이 출신 중 진짜 열심히 산 사람이었다.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않아도, 스스로 장학금을 따내고, 이민을 선택하며 제2의 인생을 개척하려 애썼다. 하지만 현실은 잔인했다. 열심히 살아도, 성실해도, 나이가 많고, 자원이 부족하면 결국 벽에 부딪히는 날이 오는 것이다.


그는 오늘 내게 말했다.
“형, 죽고 싶어요. 자고 일어났을 때 눈을 띄고 싶지 않아요.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라고.
“앞일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라고.

그가 아무리 포기하지 않으려 해도, 현실이 그를 허락하지 않으면, 그 모든 의지는 공중에 흩날릴 뿐이다. 그게 지금 우리가 마주한 냉정한 세상이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도 그런 현실을 너무 잘 알기에, 그래서 더더욱 행복이를 도와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세상 모든 부모가 그러는 것 같다. 자기 자식은 자신보다 조금 더 잘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열심히 한다고 해서, 정말 잘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나는 어른이기에 그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제이조차 계속된 실패 앞에서 무너지고 있었고, 그가 아무리 다시 일어서려 해도 현실은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그걸 알기에, 나는 행복이가 지금 어떤 모습이든 조금이라도 더 기회를 오래 붙잡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아직은 조금 느려도, 아직은 중심을 잘 못 잡아도, 이 아이가 그 현실의 벽 앞에서 너무 일찍 꺾이지 않기를.

행복이가 언젠가 자신의 속도로,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나는 그 곁에서 지금 할 수 있는 만큼 도와주고, 기다리고, 지켜보는 것이다.


그리고 실패는 끝이 아니라, ‘다음’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실패한 다음에 어떻게 다시 일어나는지 그게 결국 그 사람의 진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라고 생각한다. 스카이 대학교를 나왔다고 해서 그 자체로 인생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학교 다닐 때는 좋지만 졸업과 동시에 전쟁이 시작된다.


진짜 중요한 건, 실패하고 난 다음, 그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는가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똑똑함은 성적표에 찍히는 숫자가 아니라, 무너졌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에 있다.

그것이 현실이다.


스카이를 나왔다고 해서 누구나 성공하는 게 아니고, 그렇다고 스카이를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인생이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스카이는 공부를 잘해서 성적이 좋아서 갈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자기만의 길을 포기하지 않는 것, 그리고 실패 앞에서도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는 것.


제이도, 나도, 행복이도 결국은 실패 이후의 순간들을 어떻게 살아내느냐에 따라 우리 삶의 방향이 달라질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조금 힘들어도 괜찮다. 넘어졌다면, 천천히 숨을 고르고 다시 ‘다음’을 준비하면 된다.


제이도 이제는 ‘다음’을 준비할 때가 온 것 같다. 그동안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고, 그 누구보다 포기하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이젠, 무엇을 이어가고 무엇을 내려놓을지 스스로 결정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나는 형으로서,
친구로서,
그저 그의 곁에서 묵묵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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