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치카가 우리 집에 온 지 딱 한 달이 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그런데 돌아보면, 긍정적인 일들이 훨씬 더 많았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치카 덕분에 나는 더 많이 움직이고,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지금’을 살게 되었다.
출근 전, 이른 새벽. 아직 어스름한 빛이 남아 있는 시간에 나는 치카와 20분 정도 함께 논다. 물고, 던지고, 껴안고 그 짧은 시간이 하루의 시작을 달라지게 만든다. 그리고 아침을 주고 출근을 한다.
퇴근 후에는 점심을 주고, 산책을 나간다. 그리고 그녀와 놀아준다. 저녁 6시에는 다시 그녀의 밥시간이 오고, 그 후엔 또 한 차례, 치카와 놀아주는 시간이다. 보통 하루에 세 번은 온전히 그녀와 마주 앉아 시간을 보낸다.
처음엔 솔직히, 내 시간이 줄어드는 게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고 싶던 일들, 혼자 조용히 보내던 시간들이 치카의 스케줄에 맞춰 흘러가기 시작했으니까.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이제 나도 적응을 했고 치카도 우리 집에 적응을 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유튜브를 보면서 강아지에 대해서 공부를 한다.
오늘은 치카와 함께 처음으로 동물병원을 방문한 날이다. 3개월 백신을 맞기 위한 진료였는데, 기분이 묘했다. 대박이 이후 7년 만이다. 대기실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치카는 사람들에게 꼬리를 살랑이며 인사를 건넸고,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며 괜히 마음이 뭉클해졌다.
“잘 크고 있구나. 낯선 공간에서도 이렇게 씩씩하다니.”
진료실에 들어가 백신 주사를 맞는 동안 치카는 살짝 움찔했지만 잘 버텼다. 그 모습을 보며 수의사 선생님은
“아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어요. 이 시기에 백신만 잘 맞고, 영양 섭취만 적절하면 앞으로 문제없이 자랄 거예요.”라고 말해주었다.
그런데 그 순간, 나는 늘 마음에 걸렸던 한 가지를 물었다.
“선생님, 치카가… 늘 배가 고 파보여요. 사료도 주는데, 먹고 나면 바로 또 찾는 것 같고요.”
수의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아지들, 특히 어린 시기에는 대부분 그래요. 먹고 나서 더 달라고 하는 건 습관일 수도 있고, 정말 섭취량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어요. 사료 뒷면 보셨나요? 체중에 따라 1일 권장량이 아주 정확히 적혀 있어요. 의외로 많은 분들이 그걸 잘 안 보시더라고요.”
수의사는 조용히 덧붙였다.
“너무 많이 주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적게 주는 것도 어린 강아지에게는 좋지 않아요. 특히 성장기에는 충분한 영양이 곧 면역력이에요. 조금씩 늘려 보시고, 몸무게도 함께 체크해 보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노트에‘하루 권장량’, ‘사료 주는 시간’, 그리고 ‘몸무게 체크 – 6.2kg’이라고 적었다. 우리 집에 처음 왔을 때 치카는 5kg이었다. 한 달 사이, 작지만 눈에 띄게 자란 것이다. 사실 나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치카가 늘 배고파했다는 것. 행복이를 키우면서 부모가 되어 보면 나도 모르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부모가 되어 아이를 키우다보면 배우는 것들이 있는데 강아지 키우는것도 비슷한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정량보다 살짝 더 주곤 했는데, 오늘에서야 정확한 수치를 알게 되어 한결 마음이 놓였다.
그녀는 생각보다 더 건강하게, 더 빠르게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속도를 따라가며 하루하루 ‘보호자’라는 새로운 이름에 익숙해지고 있다. 처음엔 단순히 귀여운 존재였지만, 이제는 내 하루의 리듬을 함께 나누고, 작은 숨소리 하나에도 신경을 쓰게 되는 ‘가족’이 되어가는 중이다.
책임감이라는 단어가 때론 버겁지만, 그보다 더 큰 건 이 작은 생명과 함께 자라나는 내 마음의 근육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