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무시하고 이상하게 보던 시선들 속에서

by Ding 맬번니언

오늘은 행복이가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었다. 호주는 가끔 커리큘럼 데이라고 선생님들만 학교에 가는 날이 있는데 오늘이 그런 날이다. 오랜만에 평일 낮의 여유가 찾아온 날, 나는 퇴근길에 아들하고 무얼 할까 고민하다가 둘이 영화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가 선택한 영화는 실사판 드래곤 길들이기. 원래는 릴로와 스티치를 보기로 했지만, 상영 시간이 맞지 않아 자연스럽게 두 번째 선택으로 넘어갔다. 기대하지 않았던 선택이었지만,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행복이는 영화가 시작되기 전부터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아빠, 저거 갖고 싶어!”
그의 시선이 머무른 곳은 투슬리스 머리가 얹혀 있는 팝콘 통이었다. 아이답게 귀엽고 장난스러운 굿즈에 마음을 빼앗긴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결국 팝콘 통을 들고 콜라와 함께 자리로 향했다. 영화가 시작되고, 우리는 마법 같은 세계로 빠져들었다. 거대한 스크린 위에서 펼쳐지는 드래곤과 소년의 우정, 그 눈부신 모험 속에서 나 역시 아이처럼 몰입했다. 행복이는 팝콘을 한 움큼 집어먹으며 눈을 반짝였고, 나는 그런 아이의 옆모습을 보며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꼈다.

첫 번째 선택은 놓쳤지만, 오늘 하루는 여전히 빛났다.
우리는 함께 영화를 보고, 함께 웃고, 함께 감동했다. 그 무엇보다 소중한, 아들과 나의 작은 영화 같은 하루였다.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 우리는 자연스럽게 영화 속 장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떤 장면이 제일 좋았어?" 내가 묻자, 행복이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히컵이 투슬리스 머리를 처음 만지는 장면!"


나 역시 같은 장면이 떠올랐다.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두려움을 이겨낸 뒤 비로소 서로를 받아들이는 그 장면은 아이든 어른이든 마음을 울릴 수밖에 없었다. 실사판 드래건 길들이기는 애니메이션과 거의 흡사했다. 익숙한 이야기지만, 실사로 구현된 장면 하나하나가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 특히 히컵과 투슬리스의 교감은 화면을 넘어 우리의 마음 깊숙이 전해졌다.


하지만 내가 마음속에 품은 명장면은 또 있었다. 히컵이 모두의 기대와는 다른 길, 자신만의 길을 조심스레 찾아가는 장면이었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드래곤을 죽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모두가 전사의 길을 걷길 바랐지만, 히컵은 다르게 살고 싶었다. 그를 무시하고 이상하게 보던 시선들 속에서도 그는 끝내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과 마주했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혹시 나도, 행복이에게 나의 기대와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가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고, 무의식 중에 틀을 만들고 있지는 않았을까? 행복이에게 이 이야기를 하진 않았지만, 그 순간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행복이가 스스로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나는 그저 옆에서 함께 걸어주는 아빠가 되어야겠다.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닌 행복이에 진정한 모습을 이끌어 주는데 최선을 다하는 아빠가 될 것이다. 오늘 우리가 함께 본 영화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었다. 아빠와 아들, 두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의 순간을 마주한, 그런 뜻깊은 하루였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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