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내 삶의 방향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by Ding 맬번니언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희성이를 시티에서 만났다. 그는 어린 시절 호주로 유학을 와 공부를 이어갔고, 한의학을 전공해 약 10년간 한의사로 일해왔다. 한의사라는 안정된 직업을 가지고도 그는 어느 순간부터 진로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다 치료 마사지 과정을 수료했고, 이제는 물리치료사가 되기 위해 다시 학생이 되었다. 공부에 전념하기 위해 그는 기존의 일을 과감히 내려놓았고, 어느덧 그렇게 집중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내년이면 그는 정식으로 호주에서 물리치료사 자격을 갖추게 된다.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가 왜 물리치료를 공부하게 되었는지도 듣게 되었다. 그 결정의 배경에는 한의학계의 변화가 있었다. 호주 전역에는 한때 총 7곳의 대학에서 한의학(Traditional Chinese Medicine, TCM)을 가르쳤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정부의 정책 변화와 수요 감소로 인해 대부분의 과정이 폐지되었고, 지금은 Western Sydney University 한 곳만이 유일하게 한의학 학사 과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졸업한 RMIT 역시 한때는 한의학 분야에서 명성이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신입생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이처럼 한의학은 호주 내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었고, 그는 그 현실을 직면하며 새로운 길을 선택한 것이다.


호주에서 한의학은 '대체의학(Complementary Medicine)' 분야로 분류된다. 한의사로 활동하려면 호주 한의학 등록위원회(CMBA)에 등록하고, AHPRA(Australian Health Practitioner Regulation Agency)를 통해 자격을 인증받아야 한다. 하지만 제도적 장벽과 함께 관련 교육기관의 감소는 한의학을 전공한 이들에게 큰 도전으로 다가왔다. 그 모든 흐름 속에서, 희성이는 다시 한번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의 용기와 끊임없는 도전을 응원하며, 문득 내 삶의 방향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나도 내가 호주에 와서 트램을 운전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어릴 적 상상 속의 나는 책상에 앉아 글을 쓰거나, 사람들 앞에서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모습이었지, 멜버른의 도시를 가로지르며 수백 명의 사람들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실어 나르는 트램 운전사는 아니었다.


우리는 가끔 자신이 예상하지 못한 전혀 다른 길로 들어선다. 그 길은 처음엔 낯설고, 어쩌면 내 길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묵묵히 걷다 보면, 그 길 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사람들, 풍경, 그리고 나 자신을 알게 된다.


희성이가 한의사에서 물리치료사로 방향을 바꾼 것처럼, 나 역시 예상치 못한 삶의 커브를 돌다가 지금의 나를 만났다. 그 길이 내게 주는 의미는, 단지 직업이 아닌, 새로운 시선과 내면의 성장이다.


때로는 우리가 선택한 길이 우리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길 위에서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우리를 말해준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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