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이 그림 천재

by Ding 맬번니언

오늘, 행복이가 학교에서 그렸다는 그림을 가져와 보여줬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넘기려다가 그림을 보는 순간, 나는 멈춰 섰다.

뭔가… 예사롭지 않았다. 순간 나는 또다시 '우리 아들이 혹시 천재 모드'에 빠지고 말았다. 누가 봐도 편견 100%, 사랑 200%의 아빠지만 이번만큼은 왠지 진심으로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는 그림이었다. 행복이는 원래 그림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은 내가 그려준 그림을 친구들에게 자랑삼아 가져가는 수준이라 솔직히 큰 기대는 없었다. 그림은 그냥 ‘귀여운 취미’ 정도로 여겼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그림은 달랐다. 구체적인 형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유명한 캐릭터를 따라 그린 것도 아니었다.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인 표현인데 왠지 아이의 감정이 그대로 스며든 듯한 느낌. 나는 감히 평가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ChatGPT에게 그림 평가를 부탁했다.

이 그림은 단순히 색칠을 한 것이 아니라, 강한 메시지와 상상력, 그리고 기법적인 실험이 담긴 작품입니다. 주제를 설명한다면 '상상의 화산과 외계 생명체의 세계'처럼 느껴집니다. 어린이 혹은 청소년이 그린 것이라면, 예술적 감수성과 표현력이 뛰어난 편이며, 계속해서 미술 활동을 이어나가면 매우 발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평가를 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행복이에게 물었다.
“무슨 생각으로 그린 거야?”

아이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아주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화산이 폭발하는데 외계인들이 구경 왔어.”

그 말에 나는 한동안 말이 막혔다. 이토록 명확하고 창의적인 설명이라니.

나는 그저 색이 강렬하고, 형태가 복잡한
‘아이의 추상화’쯤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아이만의 논리와 상상이 숨 쉬고 있었다. 세상의 어떤 극적인 순간을, 자신은 참여자가 아닌 관찰자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혹은 그냥, 재미있는 상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이야기를 행복이는 그 안에 담아냈다는 것.

나는 그 순간, 그림이 단순히 결과물이 아니라 아이의 세계가 표현된 창이라는 걸 다시 깨달았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버른니언이 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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