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는 끝이 있을까? 가끔은 끝이라 믿었던 것이 새로운 시작이 되기도 한다. 행복이가 AMS Music Centre에서 피아노를 처음 시작한 건, 2019년 9월이다. 나는 첫 레슨이라고 사진과 비디오를 찍어 두었다. 첫 레슨을 받던 날, 작은 손으로 건반을 눌러보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로부터 어느덧 5년 9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렸다. 악기를 배우는데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처음엔 손가락으로 소리를 만드는 것조차 신기해하던 아이가, 어느새 악보를 보고 두 손을 나눠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 긴 시간 끝에, 나는 마음속에서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요즘 들어, 수업이 자꾸 어긋나기 시작했다. 새로운 선생님과 행복이의 호흡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나도, 아이도 느끼고 있었다. 나는 5년 가까이 피아노를 배운 아이가 이제는 기본적인 자세와 터치감 정도는 안정되었으면 했지만, 그 바람조차 행복이에게는 버거운 기대였을 수 있다.
ADHD를 가진 아이에게 ‘똑바로 앉아 있어야 하고’, ‘정확한 박자에 맞춰 쳐야 하고’, ‘손 모양을 바르게 해야 한다’는 모든 요구는 때때로 음악이 아니라 고역처럼 다가왔을 것이다. 그 사실을 이제야 온전히 받아들인다. 그녀는 그런 기본적인 자세를 중요시 여겼다. 하지만 그것은 내 생각이지 행복이가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결심했다.
정든 이곳을 떠나기로.
한때는 “여기서 피아노를 멈춰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생각을 거듭한 끝에 내린 결론은 다른 환경에서 다시 시작해 보자는 것이었다. 음악이 행복이에게 부담이 아닌, 위로이자 기쁨이 될 수 있다면,
배우는 방식이나 공간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끝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이어 짐이면 충분하다.
이별은 늘 아쉽고 낯설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그 시간이 끝났는지가 아니라 아이의 마음에 음악이 남아 있는가이다. 5년 9개월 동안 이어온 피아노 수업을 여기서 멈추어야 할까? 행복이는 ADHD를 가진 아이로서,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 조금 다를 뿐, 그만의 속도와 감각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피아노 앞에 앉는 일조차 때로는 버거운 과제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이 시점에서 피아노를 멈춘다고 해도, 그동안의 경험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건반 위에서 보낸 시간, 연습 속에서 만들어낸 좌절과 성취, 그 모든 순간은 아이의 내면 어딘가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어쩌면 언젠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악을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그 선택이 아이에게 위로가 되고, 부담이 아닌 여운으로 남는 일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버른니언이 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