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실수가 반복될 때 화를 낸 나 자신을..

by Ding 맬번니언

저도 그동안 흑백 논리에 갇혀 살아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옳고 그름, 맞고 틀림,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세상은 늘 분명한 선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행복이를 키우며, 브런치에 글을 쓰고 다른 작가님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깨달았습니다. 세상은 결코 흑과 백으로 나눌 수 없는, 수많은 회색빛의 결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요. 그 사실 하나만 받아들인 것만으로도, 이번 생에서 저는 이미 중요한 한 걸음을 디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전환점이 찾아왔습니다. 드디어 5년 넘게 다닌 피아노 학원을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행복이의 피아노 여정을 완전히 끝낸 것은 아닙니다. 잠시 멈췄을 뿐, 새로운 곳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아이의 실수가 반복될 때 화를 낸 나 자신을 반성하면서도, 다음에는 더 차분하게, 더 잘할 수 있으리라 다짐합니다. 그렇게 속상하지만 이번 피아노 학원은 정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방학 동안엔 뒤처진 공부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하기 싫어하는 표정을 지을 때마다 마음 한편이 무너지지만, 그럴수록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곁에서 함께할 생각입니다. 억지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조금씩 따라올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주는 그런 부모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행복이도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물론 쉽지는 않지만, 마음의 문이 아주 조금씩 열리는 게 느껴져요.
제가 행복이에게 늘 해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따라가지 않으면 나중엔 더 힘들어져. 우리 지금 조금씩이라도 같이 해보자.”
피아노든 공부든, 포기하지 않고 천천히 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분명 따라잡을 수 있다고, 그렇게 아이의 손을 잡아줍니다. 그리고 오늘, 작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제가 내준 숙제를 행복이가 혼자 힘으로 해낸 거예요.

맞은 것보다 틀린 문제가 훨씬 많았지만, 저는 오히려 기뻤습니다.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한 게 아니라, 스스로 해보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틀린 문제 속에 담긴 노력, 그게 바로 진짜 성장이 아닐까요.


그렇게 저는 오늘도 반복하고 또 반복하며 행복이를 가르칩니다. 때로는 진도가 느려 답답할 때도 있고, 아이가 시큰둥한 태도를 보일 때면 마음이 무너질 듯하지만, 저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서서 아이를 기다립니다.

예전 같았으면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먼저 따졌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흑백 논리로 단순히 결과만을 따지는 것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함께 노력하는 그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요.

천천히라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행복이도 자기만의 속도로 결승점에 도달할 날이 오겠지요. 그날을 믿으며, 오늘도 저는 아이 곁에 서 있습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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