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은 17년 전에도 그 자리에 있었고....

by Ding 맬번니언

기억은 늘 정확하지 않다. 오늘 다시 찾은 에펠탑에서 나는 그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분명히 17년 전에도 이곳을 방문했는데, 오늘의 풍경은 완전히 새로웠다. 단지 시간이 흘러 세상이 조금 달라진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내 기억 속의 에펠탑은 지금과 묘하게 달랐다.

나는 예전 여행에서 정상까지 올라갔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다시 방문한 에펠탑에서, 정상에 대한 구체적인 기억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혹시 올라간 게 아니라 2층까지만 갔던 건 아닐까? 아니면 정상에 갔지만 그때의 인상이 옅어져 기억에서 사라진 건 아닐까?

이처럼 기억은 늘 흐릿하게 남아 있다가, 시간이 지나며 왜곡된다. 실제보다 더 화려하게, 혹은 실제보다 더 단순하게. 그래서 우리는 종종 과거를 되돌아보며 혼란에 빠진다. “정말 그랬던가?” 하고 자신에게 묻는 순간, 기억은 이미 현재의 시선에 의해 재구성되고 있다.


에펠탑은 17년 전에도 그 자리에 있었고, 오늘도 똑같이 우뚝 서 있다. 변한 건 결국 내 나이와, 내 시선, 그리고 내 기억이다. 그래서 같은 장소도 다시 오면 전혀 새로운 경험이 된다.

오늘의 에펠탑은, 단순히 파리의 상징이 아니라 나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너의 기억은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다시 찾아와야 한다.”


그래서 오늘 결심을 했다. 힘들고 지친 여정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언젠가 다시 파리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흐려지고 왜곡되지만, 파리는 다시 찾을 때마다 새로운 표정으로 나를 맞아줄 것이다.


특히 한국 사람들에게 파리는 유럽 여행의 상징 같은 도시다. 단순히 관광지가 아니라, 낭만의 수도라는 이미지가 깊이 각인되어 있다. 에펠탑과 세느강, 루브르와 오르세 같은 세계적인 미술관, 그리고 길거리 카페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풍경까지. 한국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분위기가 파리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게다가 한국의 대중문화 속에서도 파리는 늘 특별한 무대로 등장한다. 드라마나 영화, 화보와 광고 속에서 파리는 늘 “가장 가보고 싶은 도시”로 묘사되어 왔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게 파리는 단순히 여행지가 아니라, 낭만과 세련됨의 상징이 된 것이다.


오늘의 파리는 내게 분명히 힘들고 고단한 하루를 안겨주었다. 하지만 동시에 또다시 오고 싶다는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한국 사람들이 파리를 좋아하는 이유를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이곳은 풍경을 보는 도시가 아니라, 분위기를 마시는 도시다. 그리고 나는 언젠가 다시, 그 공기를 들이마시러 돌아올 것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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