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런던에서 파리로 이동하는 날이었다. 하지만 출발부터 쉽지 않았다. 런던은 여전히 지하철 파업 중이었고, 도로 위는 끝없는 교통 체증으로 가득했다. 여행에서는 언제나 그렇듯, 계획을 잘 세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절감했다. 다행히도 우리는 무사히 유로스타에 올라 파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쏟은 부분은 바로 숙소였다. 몇 달 동안 인터넷을 붙잡고 수많은 웹사이트를 들여다봤다. 17년 만에 찾은 유럽을 다시 방문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 다른 곳은 몰라도 파리에서 에펠탑이 보이는 숙소에서 머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창밖에 에펠탑이 조금만 비쳐도 숙박비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럼에도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매일같이 검색했고, 반복해서 찾아봤다.
그리고 마침내, 마치 하늘이 내 집착을 도와준 것처럼 기적 같은 방을 발견했다. 3박에 150만 원. 하루에 50만 원이라는 가격은 결코 저렴하지 않았지만, 창밖에 펼쳐진 뷰를 생각하면 믿기 어려운 행운이었다. 이 정도 전망이라면 원래는 최소 하루 100만 원에서 200만 원까지도 불러야 하는 자리였다.
창문 너머로 우뚝 선 에펠탑을 바라보며 여행에 마지막을 머무를 3일. 몇 달 동안 쏟아부은 시간과 집착의 결실이 바로 이곳에서 완성되었다. 여행의 행복은 어쩌면 이런 순간, 간절히 원하던 장면을 눈앞에 두는 데서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행을 준비할 때 우리는 늘 가장 좋은 날씨를 꿈꾼다. 맑은 하늘, 따뜻한 햇살, 사진을 찍기 좋은 파란 배경. 하지만 현실의 여행은 언제나 다르다. 아무리 오랫동안 계획을 세워도, 하늘만큼은 우리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파리에 도착한 첫날 역시 그랬다. 빗방울이 유리창을 두드리며 끊임없이 떨어졌고, 파리의 하늘은 잿빛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처음에는 아쉬웠다. 오랜 기다림 끝에 도착했는데, 비 때문에 발걸음을 옮기기도 망설여졌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사실 우리는 어디로도 가지 않아도 되었다. 숙소 창문을 열면, 그토록 원하던 에펠탑이 바로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빗속에 선 에펠탑은 낮의 푸른 하늘 아래에서 보는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흐린 하늘과 빗줄기를 뚫고 선 모습은 더 선명했고, 저녁이 되어 불빛이 켜지자 마치 젖은 공기 속에서 반짝이는 거대한 보석 같았다.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우리는 파리의 낭만을 숙소 안에서 온전히 누릴 수 있었다.
그 하루는 계획에 없던 선물 같은 날이었다. 비가 내려서 어디에도 가지 못했지만, 덕분에 오히려 멈춰 서서 한 장면을 오래 바라볼 수 있었다. 여행의 진짜 의미는 어쩌면 바로 이런 데 있는지도 모른다.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 불편을 원망하기보다 그 순간의 풍경을 받아들이는 것.
비 오는 파리에서, 우리는 그저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알았다. 완벽하지 않기에 오히려 더 잊히지 않는 하루가 된다는 것을.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