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다시 본 버킹엄 궁전

by Ding 맬번니언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서 기회가 되면 더 많은 곳을 방문하고 싶다. 아무래도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면 정말 힘들어 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17년 만에 다시 서 본 버킹엄 궁전. 건물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지만, 그 앞에 선 나는 전혀 같지 않았다. 같은 장소는 그대로였지만, 그곳을 바라보는 나의 눈과 마음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처음 이곳을 찾았던 20대 후반, 나는 지치지 않는 여행자였다. 하루 종일 걸어 다녀도 다리는 가볍고, 낯선 풍경 앞에서의 설렘은 피로를 잊게 했다. 그때의 나는 세상에 끝없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믿었고, 런던의 거리들은 그 가능성을 증명해 주는 듯했다.


하지만 오늘, 마흔여섯의 나로 이곳에 다시 섰을 때, 나는 같은 길을 걸으면서도 다른 감정을 느꼈다. 발은 무겁고, 오래 걷는 일정은 부담스럽다.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서글픔이 스쳤다. 그러나 동시에, 지금은 혼자가 아닌 가족과 함께 서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채워 주었다. 17년 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장면이었다.


같은 장소를 다시 찾는다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확인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 사이 흘러간 시간과 나의 변화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변하지 않은 풍경은 거울이 되어 나를 비추었다. 나는 더 이상 젊지 않지만, 대신 함께할 가족이 있고, 더 깊은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한 가지를 분명히 느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많은 곳을 방문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언젠가 시간이 더 흐르고 나이가 들면, 지금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스스로 잘 안다. 이번처럼 17년 만에 런던을 다시 찾았지만, 또다시 17년이 흐른 뒤에는 아마 이곳에 올 수 없을 것이다. 그땐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어, 장시간의 비행과 오래 걷는 여행이 힘들 테니까. 다시 오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쉽지만, 그것이 바로 지금의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여행은 단순히 낯선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새로운 장소에서 마주하는 감정은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드러내 주고, 같은 장소를 다시 찾을 때는 그 사이 변한 나의 시간을 보여준다. 그래서 여행은 늘 설레면서도, 때로는 뼈아픈 성찰을 안겨준다.


나는 이제 안다. 언젠가 더 먼 길을 가기 어려운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오늘의 발걸음은 더욱 소중하다. 완벽한 순간을 기다리기보다, 가능한 순간에 길을 나서야 한다.

이번 여행은 나에게 묻는다. “지금, 네가 떠나야 할 곳은 어디인가?” 그리고 나는 조용히 대답한다. 아직 가보지 못한 그곳들, 그리고 아직 만나지 못한 내 모습으로.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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