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드디어 본격적으로 런던 관광을 시작했다. 아침 일정은 박물관 탐방이었다. 먼저 찾은 곳은 내추럴 히스토리 뮤지엄(Natural History Museum). 10시에 개장을 하는데 우리는 9시 30분에 도착해서 오픈을 기다렸다.
거대한 공룡 뼈대가 맞이하는 입구에서부터 마음이 설렜다. 공룡 전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준비되어 있어 단순한 박물관이라기보다 하나의 거대한 놀이터 같았다. 특히 Visions of Nature라는 3D 체험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가격은 10파운드.
나는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지만, 행복이는 3D 안경을 쓰고 몰입하며 즐거워했다. 런던의 박물관들이 대부분 무료로 운영되지만, 사실상 방문객들의 기부로 유지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이어서 바로 옆에 있는 사이언스 뮤지엄(Science Museum)을 들렀다. 다양한 전시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내추럴 히스토리 뮤지엄이 더 좋았다. 아이와 함께하기에는 확실히 공룡과 자연사 전시가 더 큰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듯했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템스강변에 있는 배터시 파워 스테이션(Battersea Power Station)으로 향했다. 천천히 내부를 둘러보며 꼭대기에 올랐을 때, 눈앞에 펼쳐진 360도 런던 파노라마 뷰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다행히 인원이 많지 않아 여유롭게 풍경을 즐길 수 있었고, 이어서 배를 타고 템스강을 따라 런던의 풍경을 감상했다.
배는 동쪽 금융 중심지 캐너리 워프(Canary Wharf)에 도착했다. 이곳은 River Bus (Uber Boat by Thames Clippers)의 주요 종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곳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발견을 했다. 바로 한국 식당이었다. 우리는 그냥 지날 칠 수 없어 영국에서 한국 음식을 먹었다. 가격 대비 맛은 없다.
관광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하철이 파업 중이어서 대체 수단인 버스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평소 지하철을 이용하던 런던 시민들이 모두 버스로 몰리자, 승객들은 서로 부딪히며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현지인인 나조차 불편함을 느꼈는데, 영어를 하지 못하거나 사전 정보를 모르는 관광객이라면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안내 방송도, 표지판도 모두 낯선 언어일 뿐이라면, 그 혼란은 고스란히 두려움이 된다.
사실 여행 중 이런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뜻하지 않게 길을 잃거나, 현지 교통이 마비되거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찾아온다. 문제는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불편과 당혹 속에서도 결국 여행자는 길을 찾는다. 때로는 현지인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서툰 영어로 물어물어 가기도 하며, 결국은 목적지에 닿는다.
오늘의 경험은 나에게 다시 한번 알려주었다. 여행은 계획된 풍경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오히려 예상 밖의 불편함과 불확실함 속에서, 우리는 낯선 세계에 적응하는 법을 배우고, 그 과정에서 여행의 깊이가 더해진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