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적응 하는 것보다 돌아와서 시차 적응하는 것이 더

by Ding 맬번니언

지인들이 여행 가서 시차적응 하는 것보다 돌아와서 시차 적응하는 것이 더 힘들다고 하는데 그래서 나는 나름대로 시차 적응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비행기 안에서 억지로 잠을 조절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가능한 한 생활 리듬을 맞추려 애썼다. 그런데도 몸은 하루 종일 무겁고 머리는 맑지 않았다.


반면 행복이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리듬을 회복해 버렸다. 하루 정도 피곤해하는 듯 보이더니, 오늘부터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 차이를 보며 씁쓸하면서도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다. 아이의 회복력과 적응력은 어른들이 흉내 내기 어려운 선물 같은 능력인지도 모른다.

스티븐과 나는 여전히 머리가 무겁고 몸은 피곤하다. 하지만 그 피로감조차 덜어주는 소식이 있었다. 스티븐의 아버지가 드디어 병원에서 퇴원하신 것이다. 의사 선생님은 술을 삼가야 한다는 당부와 함께, “이 나이대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들이 자주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즉 병이 아니라, 세월이 남긴 흔적이라는 의미였다. 그들은 더 이상 장거리 여행은 불가능해졌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새삼 인간의 삶에 대해 생각했다. 젊을 때는 모든 회복이 당연했고, 피로도 잠시 쉬면 사라졌다. 하지만 나이를 먹는다는 건, 회복이 더뎌지고 때로는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아이의 빠른 적응력과 노년의 더딘 회복력 사이에서 나는 내 위치를 확인한다. 이제는 분명히 후자 쪽으로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것이 슬프기만 한 건 아니다. 느려진 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족과 함께라는 사실이 주는 안도감이 있으니까.


그래서 이번 여행은 내게 하나의 결심을 남겼다. 기회가 된다면, 조금 멀고 힘든 여정일지라도 더 자주 떠나야 한다는 것. 유럽처럼 비행시간도 길고 비용도 많이 드는 곳은 망설이게 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가야 한다. 언젠가는 체력과 시간, 그리고 상황이 허락하지 않는 날이 올 것이다.


나는 이제 안다. 여행은 단순히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에 가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을 붙잡는 일이며, 나와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오늘을 최대한 길고 선명하게 남겨 두는 방법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떠날 것이다. 늦기 전에, 더 많은 곳을, 더 깊게 살아보기 위해.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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