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오래 지키기 위해서는..

by Ding 맬번니언

오늘은 멜버른만의 휴일이었다. 내일 AFL(호주식 미식축구)그래서 오랜만에 친구 톰 가족을 만나기로 했다. 사실 유럽 여행을 떠나기 전에도 몇 번은 얼굴을 보자고 했지만, 톰의 변덕 때문에 약속은 번번이 취소되었다. 그럴 때마다 힘들어지만 친구 관계를 유지했다. 오늘 역시 혹시나 마지막 순간에 취소되지 않을까 마음속으로 반쯤은 포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이번에는 약속이 지켜졌다. 몇 달 만에 다시 마주 앉게 된 것이다.

우리는 여행 이야기를 나누며 한국식 바비큐를 함께했다. 불판 위에서 익어가는 고기 냄새와 숯불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서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식사를 마치고 드라이브를 하며 멜버른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창밖으로 흘러가는 풍경을 보면서, 나는 오늘의 만남을 곱씹었다.


만나면 늘 좋다. 대화도 즐겁고,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하지만 문제는 만나기까지다. 약속의 성사 여부가 톰의 기분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의 마음이 허락하면 만남은 이루어지고, 그렇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무너진다. 이런 관계는 늘 불안정하고 아슬아슬하다.

생각해 보면, 우리 삶에는 이런 사람들이 있다. 만나면 좋은데, 만나기까지 어려운 사람들. 그들과의 관계는 선택의 문제처럼 다가온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라도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거리를 두고 홀가분함을 택할 것인가.


나는 오늘, 또 하나의 사실을 깨달았다. 관계를 오래 지키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조금 더 어른스럽게 양보해야 한다는 것을. 한쪽이 먼저 이해하고, 한 발 물러설 때, 비로소 관계는 오래 숨을 쉰다.

결국 관계란 완벽히 맞는 퍼즐을 찾는 일이 아니라, 맞지 않는 조각을 품어내며 새로운 그림을 완성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오늘의 만남은 그 진실을 조용히 일깨워주었다.


가끔 주변 지인들이 나에게 묻는다.
“그런 사람이랑은 도대체 왜 관계를 유지하세요?”

그럴 때 나는 늘 이렇게 대답한다.
“사람이란 게, 문제가 생길 때마다 관계를 끊어낸다면 결국 내 곁에는 아무도 남지 않는다.”

톰은 나 말고는 사실상 친구가 없다. 그의 까다로운 성격과 변덕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와의 관계를 포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누군가와 관계를 이어간다는 건 단순히 즐겁고 편할 때만 함께하는 게 아니다. 때로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품어내는 일이기도 하다.


물론 톰은 나에게 쉽지 않은 친구다. 그러나 세상에 완벽한 관계란 없다. 우리가 관계를 이어가려는 이유는 서로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불완전함 속에서도 함께할 이유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오늘도 톰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불편함과 즐거움이 교차하는 그 관계 속에서, 인간관계의 진짜 의미를 배운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배가 부르면 행복하다. 단순하지만 분명한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