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대회 결과 발표그리고...

by Ding 맬번니언

오늘은 행복이와 함께 멜버른 로열쇼에 다녀왔다. 아침부터 박람회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다양한 음식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고, 어디서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튀어나왔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은 무거웠다. 이번 로열쇼 그림 대회에 다섯 작품을 출품했지만, 결과는 ‘탈락’. 단 하나도 당선되지 못했다.

심사 결과가 붙어 있는 전시장을 천천히 걸으며 당선작들을 바라보았다. 화려한 색감, 세련된 구도, 정성 어린 디테일들. 분명 잘한 작품들이었다. 그러나 행복이가 그린 그림 역시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전시된 작품 앞에서 행복이의 눈빛이 잠시 흔들릴 때, 나도 똑같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 순간 생각했다. 예술은 결국 주관의 영역이구나. 아니, 인생 자체가 그렇다. 객관적으로 보이는 판단 속에도 늘 누군가의 주관이 들어가 있다.

입상한 그림들

실망한 기분으로 돌아서려니 하루가 너무 길고 무겁게 느껴졌다. 그래서 우리는 곧장 놀이기구가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화려한 불빛이 번쩍이는 놀이기구들, 귀청이 찢어질 듯 울리는 음악, 하늘 높이 치솟았다가 곤두박질치는 바이킹. 우리는 겁이 난 듯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

순간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배 속이 붕 떠오르며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그 비명 속에 웃음이 섞여 있었다. 내려올 때는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고, 행복이는 다시 올라가자고 손을 잡아끌었다. 아까 전시장에서의 실망은 어느새 바람에 흩어져 버린 듯 사라졌다.


놀이기구에서 내리며 나는 알았다. 예술도 인생도 주관적이라 때로는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웃을 수 있는 순간을 붙잡는 것, 그것이 우리가 실패를 견디는 방식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는 오늘 한 가지 사실을 배웠다. 노력했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서, 너무 오래 실망에 머물 필요는 없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다음을 부르는 작은 쉼표일 뿐이다. 올해는 비록 상을 받지 못했지만, 그 과정 속에서 행복이와 함께 웃고 고민하고 색을 채운 시간 자체가 이미 선물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내년에 다시 도전할 것이다. 더 많은 연습과 더 깊은 상상력, 그리고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예술도 인생도 그렇다. 한 번의 실패가 우리를 정의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넘어졌을 때 다시 붓을 들어 올릴 수 있는 용기다. 그리고 그 용기 속에서, 우리는 언젠가 또 다른 ‘다음’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관계를 오래 지키기 위해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