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라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가 없는 행복이를 위해 특별히 농구 캠프에 참여하는 날이었다. 행복이가 캠프에 참여하는 동안 오랜만에 여유를 만끽했다. 슈퍼에 가서 장도 보고, 내일 점심으로 행복이와 삼겹살을 구워 먹을 생각에 필요한 재료를 챙겼다. 집에 돌아와 청소를 하고 잠시 의자에 앉아 쉬었더니 어느새 행복이 픽업시간 3시가 다 되어 있었다.
시간에 맞춰 행복이를 픽업하러 갔다. 그런데 차에 타자마자 행복이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꺼냈다. 쉬는 시간에 급히 나오다가 벽에 부딪혀 다쳤고, 그 과정에서 벽에 붙어 있던 안내판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실수였는데 캠프 도우미들이 나한테 뭐라고 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리고는 "두 번 다시 농구 캠프에 가고 싶지 않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 순간 나는 속으로 조금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평소보다 더 충동적이고,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와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스티븐이 내게 조용히 말했다. "행복이가 오늘 아침 약을 먹는 척하고 화장실에 버렸어. 변기에서 약이 발견됐어."
순간,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행복이가 오늘 하루 유난히 산만하고, 작은 사고를 크게 겪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ADHD는 생명을 위협하는 병이 아니다. 그러나 약을 먹지 않으면, 생활 속에서 작은 균열이 커다란 문제로 이어진다. 캠프에서의 사고가 바로 그 증거였다. 약을 복용하지 않았기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순간적인 판단과 행동 조절이 어려워졌던 것이다. 단순히 ‘실수’로 볼 수도 있지만,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결국 행복이 자신에게 불리한 꼬리표로 남을 수 있다. 이것 때문에 행복이는 약을 먹어야 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작은 실수들 투성이었다.
그렇게 나는 약 복용에 대해 다시금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약은 단순히 아이를 ‘조용하게 만드는 도구’가 아니다. 아이가 사회 속에서 좀 더 원활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다리다. 약을 먹을 때와 먹지 않을 때의 차이는 오늘 하루만 보아도 너무나 뚜렷했다.
행복이가 약을 거부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아이 입장에서는 ‘내가 뭔가 다르다’라는 낙인이 싫을 것이다. 그리고 귀찮기도 하고 그냥 싫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아버지로서 그 낙인보다 더 큰 위험, 바로 사회에서의 고립과 오해가 두렵다. 오늘 캠프에서처럼 단순한 실수가 ‘너는 문제아야’라는 평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다짐했다. 앞으로는 단순히 “약을 먹어야 해”라고 강요하는 대신, 왜 필요한지, 그리고 먹지 않았을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야겠다고. 아이가 스스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오늘의 사건은 단순히 농구 캠프에서 벌어진 작은 해프닝이 아니었다. 약 복용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게 해 준 경고였고, 동시에 내가 아버지로서 어떤 방식으로 아이와 소통해야 할지를 다시 배우게 된 날이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