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 브런치 작가님의 글을 읽고 문득 ‘삶의 우선순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늘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있다”라고 말하지만, 돌이켜보면 언제나 누군가의 기대와 책임에 밀려 정작 내 삶의 순위는 늘 뒤로 미뤄져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다짐했다. 적어도 오늘 하루만큼은, 내가 진짜 원하는 순서대로 살아보자고.
일이 끝난 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송편이었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때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음식이다. 하지만 외국에 살다 보니, 이상하게도 명절만 되면 그리운 건 늘 그 ‘별로 좋아하지 않던’ 음식들이다. 어쩌면 음식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기억을 그리워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다른 것 생각하지 않고 송편만 생각했다.
시내에 있는 큰 한국 슈퍼로 향했지만 이미 송편은 모두 팔리고 없었다. 당일에 송편을 구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발길을 돌려 시내 반대편, 새로 오픈한 또 다른 한국 마트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침내 송편을 찾았다. 그 순간, 마치 잃어버린 고향의 조각을 다시 찾은 기분이었다.
맛만 볼 만큼 적은 양의 송편과 식혜,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고구마튀김을 함께 담았다. 오늘만큼은 완벽한 추석 밥상이다. 장을 보고 난 뒤로 엄마에게 호주에서 산 영양제를 부쳤다. 직접 만나지 못하더라도, 이렇게라도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었다.
저녁에는 행복이와 스티븐과 함께 한국 식당에 가서 소고기를 구워 먹었다. 그리고 내가 먹고 싶은 비냉도 시켰다. 불판 위에서 고기가 지글거리는 소리, 행복이의 웃음소리, 그리고 스티븐의 잔잔한 미소.
비록 호주에 살고 있기에 명절 느낌이 나지 않지만 이 모든 것이 내게는 ‘명절’이었다. 오늘 나는 오랜만에 우선순위를 바꿨다. 해야 할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남의 기대보다 내 마음의 소리를 앞세웠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이렇게 작은 일상 속에서 나는 다시 한국을, 그리고 나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결심했다. 더 이상 조용히 그리워만 하지 않기로. 이제는 호주 가족들에게도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내 뿌리가 어떤 문화와 기억 위에 서 있는지를 함께 나누고 싶다.
추석은 나 혼자만의 명절이 아니라, 내 가족이 나의 삶 한 부분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 되어야 하니까. 그리고 나는 누구의 기대보다 나를 우선순위로 하는 삶을 살아갈 생각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