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영화 아바타를 보러 가는 날이었다. 행복이는 며칠 전부터 기대에 부풀어 있었고, 나 역시 들뜬 마음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나는 영화를 보기 전에 아바타 1편을 행복이에게 보여주었다. 멜버른 아이맥스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스크린을 자랑하는 극장이라, 상영 소식이 뜨자마자 예매 전쟁이 시작됐다.
좋은 자리는 이미 다 팔려 있었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사이드 자리를 선택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그 큰 화면 앞이라면 어디에 앉든 상관없을 것 같았다. 극장 안으로 들어서자 특유의 어둡고도 설레는 공기가 감돌았다. 자리에 앉아 팝콘을 한입 넣는 순간, 화면에 익숙한 인물이 등장했다.
바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었다. 그가 직접 나와 크리스마스에 개봉하는 아바타 3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잠깐, 우리가 예매한 게 혹시…?’
예매표를 다시 확인해 보니, 이번 상영은 신작이 아닌 Avatar: The Way of Water 즉, 2022년에 개봉했던 아바타 2의 재개봉이었다.
잠시 허탈함이 밀려왔다. 하지만 곧 마음이 가라앉았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아바타 2를 그때 보지 못했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영화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됐다. 거대한 화면 속 바다의 푸른빛이 극장 안을 가득 채우는 순간, 그 어떤 후회도 사라졌다.
아이맥스의 스케일은 압도적이었다. 물속에서 펼쳐지는 판도라의 세계, 파도처럼 밀려드는 빛과 그림자, 그리고 3D 안경 너머로 살아 움직이는 생명들.
행복이와 스티븐은 3시간이 넘는 상영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자리에서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눈을 떼기 어려운 장면의 연속, 마치 우리가 그 세계 속에 함께 존재하는 듯한 몰입감.
엔딩 크레디트가 흐르고, 조명이 서서히 켜질 때 나는 잠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우리가 실수로 선택한 영화였지만, 결국엔 가장 완벽한 선택이 되어 있었다.
실수로 시작된 하루가 결국엔 가장 완벽한 하루가 되어 있었다. 극장을 나서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삶도 어쩌면 영화와 같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가끔은 실수와 우연이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 준다.
오늘 우리가 본 영화처럼 말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