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카와 산책을 하던 중, 집 근처의 장례식장을 지나쳤다. 오늘은 유난히 그곳에서 들려오는 슬픈 음악과 울음소리가 마음을 울렸다. 매일 지나가는 거리이기에 평소 같으면 그저 스쳐 지나쳤을 풍경인데, 요즘 스티븐 아버지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인지 더 깊이 와닿았다.
스티븐 아버지는 이제 치매 증상을 보이신다. 점점 기억이 희미해지고, 말도 느려지고, 때로는 우리를 잘 알아보지 못한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한때 가족을 지키던 가장이 이제는 보호를 받아야 하는 존재가 되어가는 모습.
그건 그 어떤 준비로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없는 변화다. 그래서 문득 생각했다.
‘나는 그렇게 되기 전에 죽고 싶다.’
그저 기억을 잃기 전에, 내가 나일 때, 그렇게 생의 문을 닫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런데 또 곧바로 다른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그렇게 간다면, 남겨진 사람들은 얼마나 슬플까? 스티븐은, 행복이는, 그리고 치카는 나 없이 얼마나 외로울까?
삶과 죽음은 이렇게 늘 서로를 비춘다. 살아 있는 동안엔 떠나는 것이 두렵고, 떠날 것을 생각하면 남겨질 이들이 아프다. 오늘 들려온 장례식장의 울음소리는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남은 사람들의 그리움’처럼 들렸다.
그래서 나는 다시 다짐했다. 지금 살아 있는 동안,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표현하자. 그것이 결국, 우리가 언젠가 맞이할 이별을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자신의 말을 안듣는다고 하는짓이 밉다고 옆에 있는 사람을 너무 미워하지 말자.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