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행복이가 캠프에서 돌아온다. 그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들뜬다. 그래서 오늘은 오랜만에 친구 톰을 만났다. 요즘 톰은 완전히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있다. 봄을 맞아 직접 키우던 벌에서 꿀을 채집해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오늘은 그 현장을 직접 보았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톰의 꿀을 사 가는 모습이 그렇게 인상적일 수가 없었다. 새로운 걸 두려워하지 않는 친구의 모습이 자랑스러웠다.
톰은 나에게도 100% 천연꿀 두 통을 선물해 주었다. 그의 손에서 직접 채취한, 말 그대로 ‘진짜 꿀’이었다. 돌아오면 따뜻한 차에 타서 같이 마실 생각을 하니 벌써 기분이 좋다. 꿀을 다 팔고 난 뒤, 우리는 늘 가던 중국 식당으로 향했다. 따뜻한 볶음밥과 국물 요리를 앞에 두고 톰은 꿀을 팔게 된 과정을 이야기해 주었다.
“처음엔 그냥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줬어. 그런데 누가 한 통에 50불은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나는 30불에 팔기로 했지. 대신 4통은 100불에.” 그 말을 하며 웃는 톰의 얼굴엔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는 이어서 말했다. “어젯밤엔 한숨도 못 잤어. 꿀을 통에 옮기고, 병 닦고… 그래도 기분이 좋았어. 내가 만든 걸 누군가 돈 주고 산다는 게 신기했거든.”
그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구나. 그냥 빈통에 담아서 팔면 되는 줄 알았는데...” 좋아하는 일을 하며 땀 흘리는 그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런데 그 순간, 톰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전화를 받은 그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변했다. 학교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톰의 아들 알렉스가 수영 시간 중 다이빙을 하다가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는 소식이었다.
나는 깜짝 놀라 “괜찮대?” 하고 물었지만, 톰은 얼굴을 굳힌 채 “알렉스가 바보 같은 짓을 해서 그런 거야.”라며 짜증을 냈다.
그리고는 전화를 끊고, 학교로 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순간, 마음 한구석이 답답했다. 아들이 다쳤다는데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물론 놀라서 감정이 앞선 걸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부모로서의 본능적인 걱정”이 느껴지지 않는 게 이상했다. 혹시 내가 옆에 있어서, 체면 때문에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걸까?
그렇게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식사를 마쳤다. 점심을 먹고 카페로 자리를 옮겨 차를 주문하려는데, 다시 톰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이번엔 목소리가 더 다급했다. 알렉스 상태가 심각하다 는 것이었다. 그제야 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미안하지만, 가야겠어”라고 말했다.
급히 계산을 마치고 차로 뛰어가던 그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묘한 감정이 들었다. 행복이가 캠프에 가 있는 지금, 나는 아이가 그저 ‘멀리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보고 싶고 걱정되어 잠을 설친다.
그런데 톰은 아들이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도 그렇게 쉽게 감정을 누를 수 있을까? 부모의 사랑은 다 같은 모양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톰은 걱정보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을지도, 혹은 아들의 실수에 대한 분노로 진짜 감정을 숨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문득 생각했다.
“부모가 된다는 건, 끝없이 걱정하면서도 결국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내일 돌아올 행복이를 꼭 안아줘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