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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할로윈은 캔디보다 달콤했다.

by Ding 맬번니언

오늘은 할로윈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나는 오후 근무 때문에 할로윈을 제대로 즐길 수 없었다. 일을 마치고 나면 이미 거리는 조용했고, 집 앞에는 초콜릿 껍질만 흩어져 있었다. 호주는 미국처럼 할로원이 대단한 축제는 아니다. 그래서 올해는 조금 다르게, 미리 계획을 세웠다.

스티븐은 2년 동안 나 대신 행복이를 데리고 다녀서 이제는 할로윈 전문가가 되었다. 그래서 그의 말을 듣고 행복이 학교가 끝나자마자 바로 시작해야 하고, 늦어도 5시 전에 트릭 오어 트릿을 끝내야 하는 것을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그때쯤이면 캔디가 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는 각자 분장을 했다. 행복이는 오징어 게임 가이드 복장을 입고, 행복이의 친구는 좀비로 변신했다. 나는 해골로 분장했고, 스티븐은 <귀멸의 칼날> 주인공 코스튬을 했다.

거울 앞에서 네 명이 서 있는 모습이 꽤 웃겼다. 평소에는 평범한 가족인데, 오늘만큼은 작은 영화 세트장 같았다. 거리에는 이미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트릭 오어 트릿!” 외침이 울려 퍼졌다.

해가 지기 전부터 집집마다 호박등이 반짝이고, 사탕을 들고 나온 이웃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그 순간 문득, 이렇게 단순한 이벤트 하나에도 서로를 위해 시간을 내고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게 참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할로윈은 캔디보다 달콤했다.


왜냐하면, 함께한 순간이 기억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마도, 행복이와 이렇게 함께 할로윈을 즐길 날이 이제 그리 많이 남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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