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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가 올린 틱톡 영상을...

by Ding 맬번니언

호주, 특히 멜버른의 날씨는 정말 예측 불가하죠. 오늘은 한여름처럼 30도가 넘었는데, 내일은 비 한 번 내리고 20도로 떨어진다고 하니 그야말로 “여름과 겨울이 하루 차이로 공존하는 도시”다.

오늘은 친구 톰의 가족을 방문했다. 우리 집에서 톰의 집까지 약 50분 거리. 차가 막히면 한 시간도 걸린다. 그래서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막상 만나면 어제 본 사람처럼 편하다. 서로의 근황을 나누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렇게 진심으로 편한 친구가 있다는 건, 이민자로서 참 고마운 일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톰에게서 전화가 왔다. 행복이가 올린 틱톡 영상을 지울 수 있냐는 것이었다. 자신의 아이들 얼굴이 동영상에 나왔다는 것이다.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우리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스티븐이 서둘러 행복이의 계정에 로그인해 문제의 영상을 지웠다. 그리고 우리는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SNS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호주는 올해 12월부터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시행한다.


나는 행복이가 틱톡과 스냅챗 계정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억지로 막지 않았다. 아이를 믿고 기다리는 것, 그것이 내가 선택한 방식이었다. 반면 톰 가족은 철저했다. 아이들의 휴대폰 사용 시간, 앱 설치, 인터넷 검색까지 부모가 직접 통제한다.


톰은 말한다.
“세상은 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 위험해. 보호가 사랑이야.” 나는 그 말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론 생각했다. 사랑과 통제의 경계는 어디일까? 믿음과 관리 사이의 균형을 찾는 일, 그것이 바로 부모의 숙제인지도 모른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를 완전히 자유롭게 두면 불안하다. 하지만 너무 통제하면, 아이는 스스로의 판단을 배우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 불안과 신뢰의 경계선 위에서 배운다.


나는 행복이에게 두 달간의 자유를 주기로 했다. SNS와 잠시 작별하며, 스스로 올바른 선택을 해볼 시간을 주는 것이다. 누군가의 통제 속에서만 자란 아이는, 어른이 되었을 때 ‘자유’라는 공간 안에서 방향을 잃기 쉽다. 그래서 지금은 실수를 하더라도, 그 실수의 경험 속에서 스스로의 판단을 배우게 하고 싶다.


사랑이란 결국 놓아주는 법을 배우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나는 아이를 믿는다는 것이 방관이 아니라 성장을 기다려주는 용기라는 것을 이제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부모로 산다는 건, 결국 그 불안한 기다림 속에서 자신도 함께 성장하는 일이다. 아이는 어른이 되어가고, 부모는 진짜 ‘부모’가 되어간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자라난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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