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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까지는 데려갈 수 있지만

by Ding 맬번니언

아이를 키우는 일에서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말을 안 듣는 것”이라고 말하겠다. 그것은 우리 집 강아지 치카를 키울 때와도 비슷하다.

하지만 아이의 경우는 훨씬 더 복잡하다. 도대체 어떤 ‘말 안 듣는 것’이 그렇게 힘드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숙제를 해야 하는데, 하지 않을 때.” 단순히 공부가 아니라, 해야 할 일을 외면하는 그 순간이 가장 어렵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그럼 그냥 숙제 안 시키면 되잖아요.”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데 열정적인 부모라면,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걸 알 것이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행복이가 숙제를 완강히 거부했다.

숙제의 내용은 어렵지도 않았다.
‘기후 변화’에 대한 주제였다. 정의를 정리하고, 관련 문제를 풀고, 생각을 글로 쓰는 과제이다. 마음만 먹으면 10분도 안 걸리는 숙제를 하루 종일 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를 도와주고 싶었다.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을 찾아 보여주고, 도서관에 가서 함께 책을 읽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행복이는 고개를 저었다. 그때 문득 떠오른 말이 있었다.

“말을 물가로 데려갈 수는 있어도,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
오늘의 행복이가 딱 그랬다. 나는 아이를 물가까지 데려갔지만, 그다음은 아이의 선택이었다.


길게는 한 시간, 짧게는 20분이면 끝날 숙제를 행복이는 하루 종일 붙잡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계속 말했다.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할 일이 있어. 인생이란 그런 거야.”

그런데 문득 생각했다. 나도 어릴 때 이런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는 걸.

그땐 그 말이 잔소리처럼 들렸고, 지금은 그 말이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나오고 있다. 반은 후회, 반은 인정하면서 말이다. 어릴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말들이 지금은 부모가 되어 내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나의 부모님은 잔소리는 많았지만, 적어도 나처럼 옆에서 직접 도와주며 가르치지는 않았다. 나는 다르다. 오늘처럼 아이와 함께 앉아, 문제를 풀고, 자료를 찾아보고, 때로는 기후 변화에 대한 영상을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어쩌면 그래서 더 힘들다. 그렇게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아이가 내 말을 거부할 때의 좌절도 더 크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안다. 부모의 역할은 ‘시키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해보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걸.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부모도 아이처럼 성장한다는 걸.


그리고 이런 날이 반복되면서 점점 깨닫고 있다. 행복이를 물가까지는 데리고 갈 수 있지만,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는 것. 그 진리를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고 있다. 공부도 결국, 아이가 ‘스스로 원해서’ 해야 하는 일이다.


억지로 시켜 얻은 성취는 오래가지 않는다. 하지만 스스로의 의지로 한 걸음 내디딜 때, 그건 평생을 지탱할 힘이 된다. 그래서 나는 요즘, 내려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내 욕심과 조바심을, 그리고 ‘부모로서의 완벽함’에 대한 환상을 조금씩 내려놓고 있다.


대신 아이가 스스로 물을 마시기까지 기다려주는 인내의 시간을 배우고 있다. 어쩌면 그게 진짜 교육이고, 진짜 사랑일지도 모른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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