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누군가 내 컴퓨터를 고장 냈다. 그런데 범인은 없다. 그 일이 오늘 나에게 일어났다. 점심에는 네 명의 남자아이들, 저녁에는 두 명의 여자아이들이 다녀갔다. 행복이를 포함해 총 일곱 명의 아이들.
그중 한 명,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이 내 컴퓨터 화면을 깨뜨렸다. 밤 9시, 모든 아이들이 돌아가고 집이 조용해진 순간, 나는 하루의 이야기를 정리하려고 컴퓨터를 열었다. 하지만 그곳엔, 산산이 금이 간 화면만이 있었다.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분노가 치밀었지만, 곧 허무함이 밀려왔다.
“누구를 탓해야 할까.”그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아무도 고의로 그런 일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결과는 이미 내 앞에 있다. 분노에 찬 내 마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범인을 찾고 싶었던 분노는 곧 사라지고, 내가 먼저 웃고 있던 그 소란스러운 오후가 떠올랐다. 행복이의 웃음소리, 아이들이 주고받던 장난, 부스럭거리는 간식 봉지 소리는 깨진 화면 너머로 스며들던 하루의 온도들이었다.
사실 누군가의 실수로 인해 생긴 흠집은 고칠 수 있다. 새 부품을 붙이고, 기술자에게 맡기면 된다. 하지만 오늘 집에 남은 것은 깨진 화면만이 아니다. 하루 종일 집안을 가득 채운 아이들의 발자국과 소음, 그로 인해 살아난 우리 집의 활기가 더 오래 남는다. 그 기억들을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웃었다. 물론 불편하고 짜증 나는 감정도 있었다. 하지만 부모로서, 그리고 함께 사는 사람으로서 더 중요한 건 그 순간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아이들을 꾸짖고 처벌하는 대신, 그들에게 책임과 배려를 가르칠 기회를 만들자고 마음먹었다. “다음부터는 컴퓨터를 보호하자”라는 약속과, “무엇을 망가뜨렸을 때는 스스로 해결하려는 태도”를 함께 연습할 생각이다.
오늘 밤, 깨진 화면은 나에게 작은 교훈을 주었다. 완전함을 고집하기보다, 때때로 부서진 것들을 품고 가는 법을 배우기로. 아이들의 소란이 사라진 조용한 집에서 나는 다시 한번 결심했다. 앞으로도 이런 소동들이 생길 것이다. 그때마다 누군가를 먼저 탓하기보다, 먼저 숨을 고르고, 사랑을 택하자고. 그것이 매일의 삶을 조금 더 견딜만하게 만드는 방식이라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